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금리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인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다.

수급(需給)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금리'와 달리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정책적 판단이 개입되는 만큼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0.25%포인트를 인상한 것은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이번 금리 인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온 비상조치들을 정상화하는 출구 전략을 본격 시행했다는 의미도 있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어떤 방식으로,어느 수준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상이 '베이비 스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비 스텝은 0.2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은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세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를 것인지도 관심사다. 한은 내부에서는 연 3.0~3.25% 수준의 기준금리가 적당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연 2.0%의 기준금리는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경기부양을 위한 수준으로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가장 낮았던 때는 2004년(연 3.25%)이었다. 당시 신용카드 부실 사태로 인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금리 수준이었다. 한은은 일단 그 수준까지 금리를 끌어올린 뒤 경제상황을 봐가며 중립(연 4~5% 수준)으로 갈지,말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은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기업은 5조5000억원,가계는 1조4000억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경기가 냉각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기업들도 금리가 높아지면 설비투자를 꺼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37포인트 오른 1723.01로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장중 0.1%포인트 이상 치솟다가 전날과 같은 연 3.94%에 마감했으며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