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무한한 게 두 가지 있다.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이 그것이다. 전자에 대해선 아직 확신이 안서지만 후자는 확실히 그런 것같다. '<아인슈타인> '사람이 어떻게 그토록 어리석을 수 있는가라고들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그처럼 어리석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대의 뉴스메이커로 문어(文魚)가 뜬 걸 보면.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 수족관에 있는'파울'이란 이름의 두 살짜리 문어가 독일이 출전한 여섯 경기의 승패를 모두 맞혔다고 독일은 물론 전 세계가 호들갑이다.

문어는 두족류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다리가 8개여서 팔초어,팔대어로 불린다. 보통 15㎏까지 자라는데 큰 건 30㎏짜리도 있다. 무척추동물 중 가장 복잡한 뇌를 지녀 장단기 기억을 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 해결법을 익힌다. 공포를 느낄 땐 흰색,화가 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거울을 보여주면 자신을 인식하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고도 한다. 가을철에 짝짓기를 하면 봄에 2만~10만개의 알을 낳는데 알이 부화될 때까지 6개월간 암컷은 다리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 산소를 공급하는 등 지극한 모성애로 유명하다.

부화한 새끼는 물 위로 올라와 28~90일 동안 떠다니는데 길이 10㎜가 될 때까지 1% 정도 살아남는다. 길이 50㎜ 무게 3~5g 정도 되면 밑으로 내려가는데 이때부터는 빨리 자라 1년이면 0.5~1kg, 3년 후엔 10kg이 된다. 잡아 먹히지 않으려 다리를 잘라준다고도 한다.

문어가 승리를 점칠 땐 좋아하며 오러클(Oracle,신탁)'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던 독일인들이 스페인전에서 점괘대로 패배하자 '잡아먹자''상어 수족관에 넣자'고 난리를 친다는 가운데 수족관 측은 결승과 준결승전 결과도 점치도록 하고 TV중계도 하겠다고 밝혔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일 테고 결과는 우연일 게 틀림없다. 문어가 반짝이는 것과 흰색을 좋아한다니 그동안 국기의 색깔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안그래도 툭하면 역술원을 찾는 이들이 이번엔 문어점을 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진다거나 안된다는 점괘를 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참에 문어의 습성을 알아두는 정도는 모르지만 문어 점에 매달리는 짓 같은 건 삼갈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