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중 · 장기적으로 내수 판매가 다소 줄겠지만 지금으로선 별 영향 없다. "(대기업 H사)

"작년 경기침체로 차입금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금리가 더 오르면 한계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중소기업 N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대해 기업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전자 자동차 등 경영 실적이 괜찮은 업종의 기업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 반면,빚이 많거나 자금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들은 현금흐름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극심한 불황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건설업계 등은 출구전략 본격화 가능성에 거의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요 대기업 담담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경영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동결 기간이 길었던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해온 데다 최근 경영실적 호조로 현금사정도 넉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앞으로 저리나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조선 · 중공업계의 경우 선박 발주가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어 영향이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글로벌 출구전략의 흐름과 연계돼 단행된 만큼 산업 생산이나 물동량 둔화로 이어지면 선박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유럽 및 미국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는 선박금융 시장이 또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반면 항공업계는 이번 금리 인상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리가 올라가면 원화 가치가 높아져 그만큼 항공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미 원 · 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경제 전반에 특별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항공사엔 좋은 흐름"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 "추가 이자만 7000억원"

하지만 내수 중심의 중소업체들은 경기회복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으로도 중소기업들의 추가 이자부담액이 연 7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중소기업중앙회 측 분석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는 업체들은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 중 총액한도대출 규모가 더 축소되고 은행들의 중소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개시되면 무더기 부도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보증기관들의 신용보증 만기 자동연장 조치가 없어지고 보증비율마저 낮아진 상황에서 금리까지 높아져 중소기업들로선 '엎친 데 덥친 격'이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중소기업 대상 긴급대출 제도인 '패스트트랙'이 끝나고 대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연말부터 중소기업 퇴출사례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안산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T사 대표는 "패스트트랙을 적용받고 있어 이번 금리 인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 초 대출금을 갚아야 할 시점이 되면 자금을 얼마나 높은 금리로,또 어디에서 빌려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송만 누리텔레콤 사장은 "많은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올 들어 악화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 인상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경기 불안감 감안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째 하락하는 등 경기 불안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대체적인 예상은 8~9월께였는데 다소 빠르지 않느냐는 시각이 있다"며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에 대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부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세제팀장은 "남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있는 만큼 경제 상황을 주시해가며 금리를 결정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도 한은의 이번 결정에 아쉬움과 우려를 표시했다. 무역협회는 "금리 인상은 원 · 달러 환율의 하락을 부채질해 수출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정부와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지양하고 수출기업이 자금경색을 겪지 않도록 세밀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고경봉/남윤선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