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박수근 화백 등 미술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보아 온 대가들의 작품과 30~50대 인기 작가들의 그림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관훈동 갤러리 이즈가 개관 2주년 기념으로 14~27일 여는 '공존-근대를 지나 미래를 거닐다'전이 그 자리다.

이번 전시는 국내 화단의 거장들이 다져놓은 한국 회화가 이후의 작가들에게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장르의 경계를 벗어나 다양한 매체와 표현을 통해 현대 회화로 거듭나려는 한국 화단의 몸부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박수근을 비롯해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도상봉 오지호 박고석 화백 등 국내 화단의 대표 주자 7명의 작품 20여점에다 김정수 김성호 황주리 이수동 김은옥 김현식 김형진 이동기씨 등 화력이 탄탄한 화가들의 작품 20여점을 더해 모두 44점이 걸린다.

이 중 단연 주목되는 것은 한국 현대미술의 개척자인 박수근 화백의 유화 '귀로'(17.5×38㎝)다. 머리에 물건을 이고 바쁜 걸음으로 귀가하는 여인을 통해 한국적인 정서와 향토적 미감을 유감없이 표현한 작품이다.

최근 1950년대 유화 '황소'가 35억60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던 이중섭 화백의 은지화와 드로잉 작품도 나온다. 소를 중심으로 한 향토적 주제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게,물고기,가족을 화폭에 담아 자전적 요소가 두드러진 작품들이다.

달항아리의 멋에 심취했던 김환기 화백의 '노점''달과 항아리''매화와 항아리'에서는 밝고 명쾌한 회화적 특징이 한 편의 서정시처럼 펼쳐진다.

평생 술을 벗삼아 예술을 즐기며 기인으로 살다간 장욱진 화백의 동화 같은 작품 9점도 걸린다. 장 화백의 화풍은 동심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초가집에서 뛰노는 아이,원두막,빨간 해,유유히 날아다니는 참새 등의 소재를 파격적인 구도로 배치한 단순한 그림은 토속적이고 동화적이다.

국내 화단에서 정물화의 매력을 일깨워준 작가 도상봉의 '라일락',단순하고 굵은 선과 색채로 산의 형상을 묘사해온 박고석,광주를 무대로 활동하며 '한국적 인상주의' 회화를 추구한 오지호 화백의 해경(海景)도 눈길을 끈다.

여백의 미와 어우러져 한국적인 정서와 미감을 잘 살려낸 김정수씨의 진달래 그림,낭만적 운치를 서술적으로 풀어낸 이수동씨의 자작나무 작품,일상의 속살처럼 곱고 풍만하게 다가오는 황주리씨의 스토리텔링 그림 등 중견 작가의 작품들도 거장들의 그림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한수정 갤러리 이즈 대표는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한국 현대 미술과 그 뿌리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736-666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