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가창력이 좋은 옥주현 · 차지연씨가 목소리로 저를 잡아먹을 기세였죠.드라마에선 유호정 선배랑 호흡이 정말 잘 맞고요. 작품 속 여복(女福)이 좋은 제가 어쩌자고 남자 둘만 나오는 뮤지컬에 출연키로 덜컥 결정했는지…."

장난기가 다분하다. SBS 드라마 '이웃집 웬수'에서 레스토랑 사장 겸 요리사 장건희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신성록씨(28).드라마 속 캐릭터의 까칠함이나 전작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보여준 강한 카리스마는 사라졌다. 스스로 "초등학생 같다"고 말할 만큼 쾌활하고 밝다.

13일부터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홀에서 국내 초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연습에 한창인 신씨를 만났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30여년간 이어져 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소극장용 뮤지컬.신씨는 토마스 역을 맡아 두 달간 공연할 예정이다. 두 배우의 호흡과 노래 실력 및 연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2인극 도전은 처음이다.

"정한형(류정한)이 작품을 소개하기에 뭣도 모르고 달려들었죠.그런데 어렵더라고요. 과거를 연기하다가 빠져 나와 해설도 해야 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하고….극 전체를 이끄는 서정적인 음악도 파워풀하고 굉장히 아름다워서 소화를 잘 해내야 해요. 관객들에게 순수한 감성을 되돌려 드릴 예정인데 저로선 새로운 도전이죠."

신성록씨는 다작(多作) 배우로 통한다. 2003년 SBS 드라마 '별을 쏘다'로 데뷔한 이후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뮤지컬계에선 확실한 스타다. '사랑은 비를 타고''드라큘라''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로미오와 줄리엣''살인마 잭' 등 10여편에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일부러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며 쉼없이 달렸습니다. 그래야 30대 초반쯤 진짜 배우의 풍부함을 가질 것 같아서요. 드라마에선 아직 주연을 못했지만 알콩달콩한 사실적인 연기를 배웁니다. 부족한 갈증은 뮤지컬 무대에서 맘껏 풀죠."

자신의 '티켓 파워'에 대해서는 '묻어가는 배우'라고 얼버무리지만 업계에선 '블루칩'으로 꼽힌다. 수원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187㎝의 큰 키 덕분에 배우가 되기 전 모델 제의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에게 연습은 생명이다. 아무리 바빠도 연습이 스케줄의 최우선이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국내 뮤지컬은 보던 분들이 또 보는 거라 수준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춘수씨가 연출을 맡고 류정한 · 신성록 · 이석준 · 이창용이 출연하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올 여름 뮤지컬 마니아들이 꼽는 기대작이다. 9월19일까지.4만~6만원.1588-5212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