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tory] 디엔텍‥日도 포기한 기술 개발…세계 최대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 업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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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rah! 히든 챔피언
경영포인트
①25년간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 생산 외길
②생산성 높은 기계 자체 개발해 원가절감
③제품의 80% 수출…글로벌 마케팅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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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25년간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 생산 외길
②생산성 높은 기계 자체 개발해 원가절감
③제품의 80% 수출…글로벌 마케팅에 총력
요즘엔 뚱뚱한 TV를 찾아보기 힘들다. 가볍고 얇은 슬림형 TV가 대세다. 두께가 10㎜에 불과한 TV도 있다. 여자들도 가볍게 들 수 있다. 이렇게 얇은 TV를 만들기 위해선 전자부품이 가늘고 작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건은 콘덴서다. 콘덴서는 상대적으로 크고 두껍기 때문이다. 콘덴서를 가늘게 만들려면 케이스를 얇게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두께가 균일하고 찢어지지 않아야 한다. 케이스는 보통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 분야의 최대 기업이 디엔텍이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디엔텍(대표 김용래)은 알루미늄 콘덴서 케이스분야에서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직경 6.3㎜짜리 초슬림형 제품에서부터 직경 100㎜짜리 제품도 생산한다. 콩알만큼 작은 것에서부터 팔뚝만한 것까지 만든다.
콘덴서는 전기를 담았다가 일정하게 흘려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전기부품이다. 댐 역할을 한다. 과전류를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할 경우엔 바닥이 터져 다른 부품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퓨즈 기능도 한다. 콘덴서는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케이스는 디엔텍이 장악하고 있다.
콘덴서 케이스는 단순한 껍데기가 아니다. 고도의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다. 이 회사는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의 콘덴서 케이스 제조방법을 개발해 이 분야에서 독주하고 있다. 핵심은 가늘고 얇은 케이스를 싸게 만드는 데 있다. 일본업체들은 알루미늄 원판을 여러 단계 성형해 케이스를 만들고 난 뒤 제품을 따내는 방식(프로그레시브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폐자재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김용래 대표(53)는 전혀 다른 공법을 개발했다. 먼저 원판에서 둥글게 따낸 뒤 이를 조금씩 성형해가는 방식(변형된 트랜스퍼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수율을 기존 방식보다 30% 높일 수 있었다.
콘덴서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간다. TV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등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디지털화할수록 콘덴서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난다. 자동차에도 많이 쓰인다. 엔진 컨트롤러,에어백,내비게이션,파워 윈도,ABS 등 거의 모든 전장부품에는 콘덴서가 들어간다.
디엔텍은 콘덴서 케이스를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오스트리아 등 10여개국에 수출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총 매출 240억원 가운데 약 200억원을 수출에서 벌어들였다. 수출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글로벌 마케팅을 중시하는 것은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도 잘 나타난다. 홈페이지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만 제작돼 있다.
김 대표는 치열한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노력 끝에 세계적인 콘덴서 케이스 업체를 일궜다. 콘덴서 케이스는 까다로운 물성(物性)을 갖춰야 한다. 케이스는 평평한 알루미늄 판에 일정한 압력을 가해 원통형으로 늘려 가공하는데,한쪽이 찢어지거나 흠이 생기면 안 된다. 바닥에 과전류가 흘렀을 경우 자동으로 파열되는 안정 기능을 담당하는 조각이 있는데,이 조각을 매우 정교하게 가공해야 한다. 이 회사 제품은 두께 60미크론에 두께 오차는 10미크론에 불과하다.
이 회사가 세계 양대 콘덴서업체인 일본 니치콘에 납품할 수 었었던 것도 이런 기술력이 뒷받침된 데 따른 것이다. 2004년 2월 니치콘은 콘덴서 케이스 두 종류의 물리적인 성질을 시험했다. 하나는 알루미늄으로 된 케이스에 나일론을 입힌 제품이고,또 하나는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를 입힌 제품이었다. 섭씨 영상 150도에서 2000여시간 동안 가열하자 나일론을 입힌 제품은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반면 PET를 입힌 제품은 변색하지 않았다. 색이 변할 경우 수분이 증발되며,콘덴서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나일론을 입힌 것은 일본 업체 제품이고,PET를 입힌 것은 디엔텍 제품이었다. 니치콘은 디엔텍의 케이스가 우수하다고 판단해 이때부터 이 회사 제품을 쓰기로 결정했다.
디엔텍은 나일론 소재로는 경쟁 업체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1999년부터 신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대체 소재 연구를 거듭하다 PET를 찾아낸 뒤 성능을 입증받은 것이다. PET는 일본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짓고 포기한 소재였다. 디엔텍은 이를 소재로 제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콘덴서 케이스 가격은 콩알만큼 작은 것은 개당 1원에서 큰 것은 1500원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이런 단가를 맞추려면 원가절감이 중요하다. 알루미늄의 국제 시세는 정해져 있다. 따라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정 기술을 발휘해 가공하느냐가 원가를 낮추는 지름길이 된다. 디엔텍은 기존 생산방식에 비해 원가를 30%가량 줄일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갖추고 있다. 대지 1만6000㎡,건평 5600㎡의 경기도 이천 공장(종업원 95명)과 대지 1만5000㎡,건평 5000㎡의 중국 칭다오 공장(종업원 250명)을 운영하는 디엔텍이 세계 최대 콘덴서 케이스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의 끊임없는 기술 개발 노력 덕분이다.
디엔텍은 김 대표가 28세 때인 1985년 창업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그는 대림산업에 잠시 몸담았다가 자기 사업의 꿈을 실현했다. 제품 개발이 취미인 김 대표는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선 밤을 새워가며 연구하는 기질이 있었다. 경기도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공장 건설 공사에 관여하던 중 감전돼 죽을 뻔했다. 공장 지붕이 무너지면서 생명이 위험했던 일도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관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김 대표는 10여건의 발명특허를 획득했다. 뿐만 아니다. 2년 동안 연구 끝에 올해 초엔 내부 절연 콘덴서 케이스도 고안해냈다. 콘덴서의 음극과 양극이 만나 쇼트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케이스다. 이를 만드는 기계 역시 자체 개발했다.
김 대표는 "직접 개발한 내부절연 기계의 성능은 월 3000만개를 만들 수 있어 월 5만개를 만들 수 있는 일본의 기계에 비해 생산성이 600배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그가 개발한 이 설비가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김 대표는 품질안정과 원가절감을 위해선 알루미늄 원료의 안정적인 조달이 중요하다고 보고 알루미늄 잉곳(ingot)을 알루미늄판으로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을 국내 유수의 업체들과 합작투자로 건설하고 있다.
아울러 콘덴서 케이스를 만들고 난 조각을 이용해 에너지 확산 매트(energy expansion mat)와 럭스타일(Luxtile)이라는 신제품도 개발했다. 에너지 확산 매트는 콘덴서 케이스 생산을 위해 오려내고 남은 알루미늄 판을 활용한 온돌용 열전도 제품이다. 김 대표는 "온돌용 온수 파이프 위에 에너지 확산 매트를 깔고 시멘트 모르타르를 시공하면 전자파 차단 효과가 크고 열전도가 빠르다"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크랙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럭스타일은 알루미늄 판 위에 컬러 투명 PET를 입힌 타일로 파스텔 컬러의 광택이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인테리어 자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현재 서울 을지로 입구에 건설 중인 지상 32층짜리 고층 빌딩 '센터원'에 이 럭스타일을 납품하기로 했다.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와 을지로의 세가프레도 커피숍,양재역의 피자헛 등도 인테리어 자재로 사용했다. 몇몇 연예인과 기업체 임원의 집무실도 럭스타일을 사용해 인테리어를 했다.
김 대표의 비전은 현재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이다. 전자부품(전해 콘덴서 케이스),에너지 확산 매트 및 럭스타일을 3대축으로 알루미늄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까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올들어 수주가 급증해 지난 상반기 매출은 160억원에 달했다"며 "올해 총 매출은 320억원으로 작년보다 33%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알루미늄을 매개로 한 3대 사업분야와 원자재 일관생산체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