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 울려 퍼지는 국가(國歌)에서 느낀 점은 대부분 나라의 국가 가사에 '자유'라는 단어가 유달리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평등'과 '정의'라는 단어도 눈에 띄지만 그 빈도에서 '자유'보다 훨씬 낮다. 나라를 열거하자면 우루과이,아르헨티나,미국,슬로베니아,독일,호주,가나,파라과이,브라질,스위스,칠레,나이지리아 등이다. 대륙 전체가 식민 지배를 받았던 대부분의 남미 국가는 비장하고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우리와 경기를 가졌던 우루과이의 국가에는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다. 죽어가면서도 자유를 외칠 것이다"가 담겨 있고 아르헨티나의 국가에는 "자유여,자유여,자유여! … 그리고 자유로운 세계인이 대답하리라"가 담겨 있을 정도다. 인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자유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사유재산이라고 하면 일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생경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이치는 명확하다. 모든 재산이 나라 소유라면 자유가 있을 수 없다. 각종 언론 매체를 나라만 소유할 수 있다면 언론의 자유가 있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또한 내가 열심히 일해 거둔 수확물을 아무나 가져갈 수 있다면 정의와 평화가 있을 수 없다. '잘 처진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하이에크의 말은 이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유재산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념 갈등도 자유의 근간이 되는 사유 재산을 둘러싼 것들이다. 근로 능력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해 '가난'하게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할 복지정책을 '보편적 복지'라는 수식어로 위장해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확대하려는 '국비급식(무상급식)'이 좋은 예다. 명분 없는 복지를 위한 과도한 세금은 사실상 개인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빼앗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흔히 진보라고 불리는 좌파 인사들이다. 그렇다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둘의 차이는 구체적인 정책에 관한 견해를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보수는 경제생활에 대한 통제가 증가하면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다고 주장하며,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 불특정 다수를 관심의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다수의 이익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개인이나 집단,그리고 다수로부터의 인기도 얻기 어렵다.

반면에 진보는 정책에 의해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관심을 가진다. 진보로 포장된 정책들이 강력한 지지층을 가지는 이유다. 당연히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결국 보수와 진보는 사유재산을 근간으로 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에 갈리게 되는데,이로부터 보수는 자유요 진보는 반(反)자유라는 명제가 도출된다. 즉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차이는 인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인 자유에 대한 인식과 사유재산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 기인하며,이런 차이는 한 사회가 번영으로 가느냐,아니면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느냐의 분기점이 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보수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막는 수구로 인식되고,진보는 새롭고 열린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잘못된 이념은 나라를 지탱하는 교각을 파괴하고 가난으로 몰고 간다. 지금부터라도 자유의 가치와 이의 실현을 위한 사유재산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국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