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의 종언] (2) 기업빚, 가계빚의 2배…中企 "금리 더 오르면 줄도산 우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보다 기업,기업 중에서도 대기업보다 중견 · 중소기업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소 · 중견 기업의 대출이 더 많아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리 인상이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등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고 주장하지만,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기업은'순부채'상태

한은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금융회사를 제외한 기업의 금융부채는1255조원이다. 이는 개인부문의 금융부채 863조6000억원보다 391조4000억원 더 많은 규모다. 상거래신용 등을 감안한 총부채를 기준으로 하면 기업은 1782조2000억원,가계는 922조5000억원으로 기업이 859조7000억원(93.2%) 더 많다.

기업의 경우 가계와 달리 순(純)부채 상태라는 점이 문제다. 가계는 3월 말 기준 금융자산이 1998조원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1.3배 많다. 금융자산 가운데 예금(903조원)과 채권(211조원)만 감안하더라도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수입이 늘어나는 이자비용보다 많다.

하지만 기업은 금융자산이 1000조5000억원(상거래신용 포함하면 1489조4000억원)에 그쳐 순부채가 254조5000억원(상거래신용 포함하면 292조8000억원)에 달한다.

◆부채 구조도 기업이 더 열악

가계부문의 금융부채 863조6000억원 중 70.6%는 소득최상위 계층인 5분위가 48.6%,차상위 계층인 4분위가 22.0%를 갖고 있다. 중간 계층인 3분위(14.7%)까지 포함하면 전체 빚의 85% 이상을 중간층 이상이 지고 있다. 소득 최하위 계층인 1분위가 지고 있는 빚은 전체의 4.6%에 불과하다.

기업의 상황은 가계와 정반대다. 잘나가는 기업은 빚이 전혀 없다. 오히려 금융자산이 더 많다. 포스코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3월 말 현재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둔 돈이 5조8931억원에 달한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 3조815억원에 비해 90% 이상 많다. 삼성전자 현대 · 기아차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도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상황이다. 대기업 자금담당자들이 "금리 인상이 장기적으로 소비심리나 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살펴보고 있지만 금융비용 부담 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견 · 중소기업은 다르다.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훨씬 많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액은 7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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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촉진 vs 줄도산 우려

한은은 9일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2.25%로 상향 조정하면서 추가 인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합당한 이자율이 연 2.0%나 연 2.25%는 아닐 것"이라며 "이번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 인상이 구조조정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가 안돼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작년 말 현재 32.3%에 이르는데,이들 기업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중소기업계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에 강한 경계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한은이 만약 기준금리를 연 3.0%까지 올리면 추가 이자부담액이 연간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들은 여기에다 △한은이 3분기부터 중소기업 지원 목적의 총액대출한도를 10조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줄였고 △신용보증기관 만기 자동연장이 폐지됐으며 △보증비율도 하향 조정됐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업계도 연쇄 부도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에다 은행권의 대출 축소 움직임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건설사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