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성능연구소.현대자동차 제네시스가 굉음을 내며 시험로를 달리고 있다. 계기판에 표시된 속도는 시속 100㎞다. "이제 졸음 운전 상태로 들어갑니다. 손잡이를 꽉 잡으세요. " 동승자에게 주의를 당부한 테스트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다. 차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경고음이 귓전을 때린다. 차량이 차선 밖으로 이탈하려는 순간 운전대가 저절로 움직여 차선 안쪽으로 차량을 인도한다. 제네시스가 영화 '전격 Z 작전'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차 '키트'로 탈바꿈한 순간이다.
"시속 100km로 달리던 제네시스, 핸들서 손떼도 차선 유지"
◆자동차 전장 부품의 진화

시험에 동원된 제네시스에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차선유지도움장치(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가 장착돼 있다. 운전자의 졸음 운전이나 부주의로 차량이 차선을 이탈할 경우 위험 상황을 감지,차선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현대모비스는 이 부품을 2013년 이후 출시되는 현대 · 기아자동차 차량에 장착할 계획이다.

신영철 메카선행개발 담당 전무는 "LKAS에는 전자,통신,제어공학 기술이 집약돼 있다"며 "이 같은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2~3개 업체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기술시연회를 통해 금명간 상용화할 10가지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독일 보쉬 등 일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던 첨단 기술 중 상당수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브레이크 시스템 등 잠재 수요 많아

차간거리제어장치(SCC:Smart Cruise Control)에도 LKAS 못지 않은 관심이 모아졌다. 차량 전방에 장착된 레이더 센서가 앞차와의 거리를 실시간 측정,적정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게 해 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독일 보쉬와 컨티넨탈 등 두 곳이며 BMW와 아우디 일부 모델에 선택사양으로 적용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시속 10㎞ 이상에서만 작동하는 기존 SCC의 단점을 개선,2012년까지 모든 속도 구간에서 작동하고 멈춤 기능도 갖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첨단 브레이크 통합 시스템(MEB:Mobis Electronic Brake)과 타이어 공기압 감시장치(TPMS · 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 등은 잠재수요가 두터운 부품으로 꼽힌다. MEB는 커브길이나 장애물 등 갑작스런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퀴 미끄러짐과 차체 선회 정도를 조절해 주는 장치다. 타사 브레이크 시스템과 비교해 20%가량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중국형 아반떼와 카니발에 이 장치가 장착돼 있으며 적용 차량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TPMS는 타이어 속 공기가 적정치의 70%에 못미치면 운전자에게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타이어 공기압이 연비와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디고 판단,최근 이 장치를 모든 차량에 탑재토록 법제화했다. 2012년까지 유럽,일본,한국 등에서도 TPMS가 의무화될 전망이다.

◆전장부품 시장서 진검승부

현대모비스는 사업분야를 △IT 융합 전장 △친환경 핵심부품 △모듈 통합 시스템 등 전장부품 중심으로 재편하고,현재 연간 3500억원인 연구 · 개발(R&D) 예산을 2015년까지 6500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 기존 R&D 센터를 선행,기초,양산 등 세 종류로 분리해 기술개발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신영철 전무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부품 중 전장부품의 비중이 40%에 육박한다"며 "앞으로는 전장부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 하는 기업이 자동차 부품 업계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성=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