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초단기'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금을 단기로 굴리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서울 강남의 '큰손'들 사이에선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품귀 현상을 보일 정도다.

금융통화위원회가 1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9일,동양종금증권에선 H증권이 지급보증을 선 1년 만기 ABCP 400억원어치가 판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사전 예약물량이 ABCP 발행액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 ABCP의 수익률은 연 6.1%(세전 기준)로 웬만한 저축은행 특판예금보다 높아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박준홍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강남본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초단기 채권들은 예약 없이는 사기가 힘들다"며 "물건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자금이 항시 1000억원 정도는 대기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십억원씩 굴리는 거액 자산가는 물론 연 2%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들까지 5000만~1억원씩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윤형원 삼성증권 강남파이낸스센터 PB는 "지난달 롯데건설이 발행한 6개월짜리 ABCP(세전 연 4.4%)가 하루 만에 판매가 끝나는 등 발빠른 강남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이미 초단기 채권이 인기"라고 전했다. 특히 원리금 상환능력이 인정되는 'A2+' 등급 ABCP는 발행되기 무섭게 소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강남 PB들 사이에선 단기채권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금리 인상에 대비해 이미 자금조달을 완료한 상태여서 조건이 좋은 단기물은 판매 물량을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ABCP와 같은 단기물은 유동성 위기가 생겼을 때 상환순위가 밀릴 수 있다"며 "기초자산이 부실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아닌지,지급보증회사의 신용등급은 어떤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