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과잉으로 재정이 파탄난 남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복지병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복지병에 대한 경각심 없이 선거 때마다 복지를 늘리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인해 한국 역시 머지않아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1일 '남유럽 재정위기와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 복지 지출의 증가 속도가 최근과 같이 이어진다면 6년 뒤 국가 전체의 생산력 대비 복지 지출 규모가 재정위기 진앙지인 그리스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한국 복지 지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1997년 3.8%에서 2008년 8.3%로 10여년간 2.2배로 늘었다. 1990년 이후 복지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16.5%에 달했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복지 지출 비중은 6년 후 20%에 달한다. 이는 복지 과잉으로 재정위기에 몰린 그리스의 복지 지출 비중(20.2% · 2008년 기준)과 같은 수준이다. 남유럽의 '재정 불량국'인 이른바 'PIGS'에 속하는 이탈리아(18.8%)보다 높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2%)보다는 5%포인트 웃돈다.

김정미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우리나라 복지의 절대적 수준은 선진국보다 낮지만 문제는 빠른 증가 속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의 복지예산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복지예산은 매년 17.4%씩 늘었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 7.1%(연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재 33.8%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50년에는 116%에 이를 것"으로 우려했다. 국가채무 비율 116%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복지병 불감증에 빠져 있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복지는 성장 과실을 경제력이 부족해진 계층과 연령에 나눠주는 시혜(施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