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이의 역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필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의 한국 지사장으로 임명된 후 내 · 외부적인 소개에서 늘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던 수식어가 '최연소'다. 회사가 1941년 설립된 이후 임명된 지사장 중 그리고 현재 46개국 법인장 중 가장 나이가 어렸기 때문이다. 임명 초기만 해도 '최연소'라는 소개가 그리 싫지 않았다. 왠지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살며,노력하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최연소' 딱지는 이내 큰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했다. 필자가 경영자문업에 종사하는 탓에,기업의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발표와 협의를 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다. 그렇다 보니 그분들에 비해 연배가 낮은 탓에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생겼다. 혹 조그만 실수나 상대방과 다른 의견 제시가 결국은 내 자신의 연륜과 경험 부족으로 결론나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보고나 발표 준비에 필요 이상의 주의를 기울이다가 부하 직원들에게 원성을 듣는 일도 빈번했다.
몇몇 미팅에서 초면임에도 "생각보다 젊어 보이는데 혹 연배가 어떻게 되시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젊어 보인다는 말에 기분이 좋기보다는 경험이 적지 않느냐는 우려로 느낀 경우도 많다. 자연히 필자는 더 나이 들어 보이도록 외모와 말투를 다듬고,한세대 높은 연배의 분들이 관심 가지는 것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 왔다. 몸짱,얼짱,동안 열풍 속에 모두가 더 젊어 보이려 애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대 조류 속에,오히려 더 나이 들어 보이기 위해 노력해 온 셈이다. 동년배 친구들을 만났을 때,왜 그렇게 조숙해 보이냐는 핀잔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지만 이러한 노력 덕에 연륜 있는 좋은 분들을 접하며 사귈 수 있었다. 이제 이분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역설적으로 나의 이러한 노력이 나 스스로를 더 젊게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0대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본인의 삶과 사회생활을 치열하게 만들어 가는 50대 이상의 지인들을 뵐 때마다 필자의 가슴으로 다가온 이분들의 나이는 물리적 나이,즉 50대가 아니라 열정의 나이인 20~30대와 다름없었다. '바쁜 사람에게는 나쁜 버릇을 가질 시간이 없는 것처럼 늙을 시간이 없다'는 프랑스 역사학자 앙드레 모로아의 명언처럼,열심히 사시는 분들은 그 내면의 열정으로 인해 그 외면도 젊어지는 듯하다.
따라서 필자가 아무리 나이 들어 보이려 노력해도,열정을 가진 선배들로부터 얻은 깨달음과 교훈,그리고 그분들이 가진 내면의 젊음에 감염된 탓에 오히려 내 자신의 내면은 나날이 더 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일과 사업을 위해 나이 들어 보이려 한 노력이 오히려 필자의 개인적 삶과 내면에 젊음을 가져다 준 즐거운 역설이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andy.park@mercer.com
하지만 '최연소' 딱지는 이내 큰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했다. 필자가 경영자문업에 종사하는 탓에,기업의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발표와 협의를 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다. 그렇다 보니 그분들에 비해 연배가 낮은 탓에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생겼다. 혹 조그만 실수나 상대방과 다른 의견 제시가 결국은 내 자신의 연륜과 경험 부족으로 결론나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보고나 발표 준비에 필요 이상의 주의를 기울이다가 부하 직원들에게 원성을 듣는 일도 빈번했다.
몇몇 미팅에서 초면임에도 "생각보다 젊어 보이는데 혹 연배가 어떻게 되시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젊어 보인다는 말에 기분이 좋기보다는 경험이 적지 않느냐는 우려로 느낀 경우도 많다. 자연히 필자는 더 나이 들어 보이도록 외모와 말투를 다듬고,한세대 높은 연배의 분들이 관심 가지는 것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 왔다. 몸짱,얼짱,동안 열풍 속에 모두가 더 젊어 보이려 애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대 조류 속에,오히려 더 나이 들어 보이기 위해 노력해 온 셈이다. 동년배 친구들을 만났을 때,왜 그렇게 조숙해 보이냐는 핀잔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지만 이러한 노력 덕에 연륜 있는 좋은 분들을 접하며 사귈 수 있었다. 이제 이분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역설적으로 나의 이러한 노력이 나 스스로를 더 젊게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0대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본인의 삶과 사회생활을 치열하게 만들어 가는 50대 이상의 지인들을 뵐 때마다 필자의 가슴으로 다가온 이분들의 나이는 물리적 나이,즉 50대가 아니라 열정의 나이인 20~30대와 다름없었다. '바쁜 사람에게는 나쁜 버릇을 가질 시간이 없는 것처럼 늙을 시간이 없다'는 프랑스 역사학자 앙드레 모로아의 명언처럼,열심히 사시는 분들은 그 내면의 열정으로 인해 그 외면도 젊어지는 듯하다.
따라서 필자가 아무리 나이 들어 보이려 노력해도,열정을 가진 선배들로부터 얻은 깨달음과 교훈,그리고 그분들이 가진 내면의 젊음에 감염된 탓에 오히려 내 자신의 내면은 나날이 더 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일과 사업을 위해 나이 들어 보이려 한 노력이 오히려 필자의 개인적 삶과 내면에 젊음을 가져다 준 즐거운 역설이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andy.park@merc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