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전보다 아래인 이유는 북한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이 유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S&P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0년대 후반에는 한국의 신용등급에 대해 'AA-'를 유지하다가, 이후 두 단계 낮춰 조정했다. 2005년 7월 이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로,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신용평가그룹의 글로벌 대표인 데이비드 비어스 전무는 "당분간은 한국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며 "이는 정치적·경제적 이슈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에 비해 한국은 분명히 성장했지만, 북한과 관련된 리스크는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지 추상적인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천안함 사태 등과 같이 구체적인 안보이슈로 연결되고 있다고 비어스 전무는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한 내의 정권교체 시기 및 여부와 △북한과의 통일과정에서의 통일비용도 문제가 된다고 진단했다. 북한 내의 정권교체는 임박해진 것으로 보이고, 한국과 북한과는 경제적인 격차가 더욱 커졌기 때문에 통일 비용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또한 "한국은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며 "의료관련 비용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유럽국가들이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부담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어스 전무는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하강) 우려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경제를 역사적인 흐름에서 보면 성장과정 중에서의 1~2분기 경기침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라면서 "다만 유럽을 하나로 보지 말고 국가별로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전반적인 더블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별 더블딥은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와 아일랜드 등은 경기 후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회복속도도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매우 늦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S&P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 협의를 시작한다. 실사단은 재정부, 금융위원회, 외교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민간 금융기관을 방문해 경제의 현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