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리솔라는 남아공월드컵으로 유명세를 탄 중국 기업이다. 월드컵 스폰서 1호 중국 기업이자 월드컵 사상 신에너지 분야 첫 스폰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함께 달고 있다. 12일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누른 결승전 때도 경기장 광고판에 8분 넘게 잉리솔라의 영문(YINGLI)과 중국어(英利) 이름이 번갈아 등장했다. 이 회사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3개월간 담판을 벌이면서까지 남아공월드컵에서 중국어 광고를 성사시켰다(21세기경제보도)는 후문이다.

지난해 태양전지 패널 400만개 생산으로 중국 2위,세계 5위를 기록한 이 회사가 월드컵과 인연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이미 주경기장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공급했다. "잉리솔라 매출의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한다"(AP통신)고 할 만큼 세계화된 기업이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들어간 중국 기업은 대부분 내수형 기업"(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이라는 통념을 깨고 있다. 잉리솔라가 월드컵 마케팅에 나선 배경에는 최고경영자(CEO)의 글로벌 마인드가 있다.

화장품을 팔던 먀오롄성 회장이 1998년 창업한 잉리솔라는 2004년 4억위안(약 720억원)을 투자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법 개정으로 태양광 발전 수요가 급증하던 때였다. 11년간 군생활을 하고 베이징대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토종 경영자이지만 그는 '가슴'에 세계를 담고 있었다. 연구개발도 중국에 머물지 않았다. 네덜란드 에너지연구센터로부터 획득한 기술로 18%가 넘는 고효율의 태양전지 패널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2007년엔 나스닥에 상장했다.

'길게 보는 경영'도 한몫 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잉리솔라 본사가 있는 허베이성 바오딩시에서 신흥 산업에 헨리 포드식 일관생산체제를 도입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때 제철소에서 자동차까지 일관생산체제를 이룬 포드자동차처럼 태양전지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공장이 지난해 말 시험생산에 들어간 것.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을 추진해온 먀오 회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조립만 하고도 수익을 내기 충분했고 2년마다 수요가 2배 늘어날 만큼 호황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실리콘 공급업자가 가격을 올리면,태양광발전 정부보조금이 줄면,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게 되면'이라고.이후 먀오 회장이 우려한 리스크는 현실이 됐고,그가 대안으로 준비한 일관생산 체제는 수확을 앞두고 있다(차이나데일리). 이를 두고 UBS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태양전지 패널을 만드는 업체"라고 치켜세웠고 21세기경제보도는 "세계 태양광 업계 비용의 살수(殺手)"라고 평가했다.

민관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중국식 협력체제도 잉리솔라의 성장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중국국가개발은행(한국의 산업은행 격)은 최근 잉리솔라에 360억위안을 대출했다. 잉리솔라와 함께 중국 3대 태양전지업체로 꼽히는 선텍파워와 트리나솔라에 지난 4월 각각 500억위안,300억위안을 대출해준 데 이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 자금이 세계 태양전지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릴 만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