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약사 동아제약과 세계 5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간 '동맹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달 중순 전국 2000여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공동영업을 하기로 한 두 회사에 '헵세라'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최대 블록버스터 B형간염 치료제인 '헵세라'의 제네릭(복제약) 발매를 적극 검토 중인 동아제약과 이 제품의 오리지널 라이선스 업체인 GSK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이달 중순부터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헵세라를 비롯해 아반디아,아보다트,제픽스 등 GSK가 보유한 블록버스터급 신약 영업 및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1300억원에 달하는 이들 제품의 국내 시장 규모와 수십년 업계 1위를 고수해온 동아제약의 영업력을 감안할 때 시장을 재편하는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동맹자의 신약 '헵세라'만 판매할지,제네릭 제품을 함께 발매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현재 헵세라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한 제네릭은 50여개 품목.동아제약을 비롯해 30개 제약사는 현재 헵세라의 56% 수준에서 약가 등재까지 마친 후 발매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GSK가 특허를 연장시키는 '에버그린'카드를 꺼내들고,향후 출시하는 복제약에 손배배상 책임을 물리겠다는 강경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제네릭 발매를 진행 중인 다른 제약사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허소송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업을 할지 내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GSK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신약과 제네릭을 동시에 판매할 경우 혼선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 한 제약업체 영업담당 임원은 "헵세라 판매로 동아제약이 일정 부분 수수료를 챙기겠지만,제네릭 판매로 인한 큰 폭의 마진을 쉽게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격메리트가 높은 복제약들이 쏟아지면 신약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졌던 과거 사례도 동아제약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진호 GSK코리아 사장은 "전략적 제휴와 특허 문제는 별개사안"이라며 특허분쟁 소지가 있다면 동아제약의 헵세라 제네릭 판매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GSK는 지난 5월 포괄적 업무체휴를 체결하면서 동아제약에 1429억원을 투자,지분 9.9%를 확보한 바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