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SK C&C가 시가총액에 이어 주가에서도 SK를 앞질렀다. 이에 따라 SK C&C와 SK간의 합병 기대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 합병에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합병이 가시화되는 시점은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시기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SK-SK C&C, 주가 역전

12일 SK C&C가 사흘째 상승하며 SK의 주가를 앞질렀다. 오후 2시51분 현재 SK C&C의 주가는 전날보다 2100원(2.45%) 오른 8만7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SK의 주가는 8만6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SK C&C의 시가총액은 4조3950억원으로 51위고, SK는 4조481억원으로 54위다. 합병시 SK C&C와 SK의 주식 맞교환(1대 1)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지주회사가 중복되는 구조에 있어 지배구조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최태원 회장→SK C&C→SK→관계회사 등에서 최태원 회장→통합 지주회사→관계회사 등으로 정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SK 지분이 없는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재의 SK C&C 지분을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적어도 SK C&C의 시가총액이 SK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합병 기대감 아직 일러"

이날 SK C&C가 시가총액에 이어 주가도 SK를 앞질렀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최태원 회장이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합병시점이 SK C&C의 기업가치가 성장세에 있는 지금은 아닐 것이란 판단이다.

이태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중 지배구조에 따른 불이익(지분법 이익의 세제혜택이 없는 점 등)이 크지 않고, SK C&C의 영업실적 성장에 따른 추가적인 기업가치 증대가 예상됨에 따라 양사간의 합병은 단기적 이슈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가만히 있어도 SK C&C의 성장에 따라 맞교환 이상의 지분 확보가 가능해지는데, 지금 합병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SK C&C의 성장을 기대할 때란 분석이다. 전용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표되는 IT(정보기술)서비스 기술을 바탕으로 IT와 이종산업간의 융복합은 미국 업체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이에 대응해 융복합시대에 대비한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 C&C는 그룹의 제조 기반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및 그동안 축적된 IT서비스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재편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이다.

전 연구원은 "SK C&C는 SK그룹의 스마트환경과 산업혁신기술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2012년부터 산업융복합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이며, 2014년까지 연평균 31%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및 서비스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날 SK C&C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적극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도 기존 8만7000원에서 15만원으로 72%나 상향조정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