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국가 재정위기에 이어 수년 내 또 다른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 세계 민간은행이 상환하거나 만기 연장해야 할 자금이 몰려 있어 자칫 신용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국제결제은행의 통계를 인용,전 세계 민간은행들이 2012년까지 갚아야 할 단기 채무가 5조달러에 달하며 이 중 유럽 은행의 단기 채무는 2조6000억달러라고 보도했다. 상당수 민간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정부 보증을 받아 채권을 발행하면서 상환 시점도 집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은행에서 발행한 채권의 만기는 평균 4.7년으로 최근 30년 만에 가장 짧다.

유럽 민간은행들의 빚 상환 우려가 불거진 것은 국가 채무 상환과 맞물려 만기 연장에 차질을 빚거나 금리 인상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계와 기업들의 차입금에 대한 금리 부담이 커져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유럽 국가 채무위기 영향으로 유럽 민간은행들의 채권 발행은 상당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유럽 민간은행들이 5월 발행한 채권은 107억달러로,1월 발행 규모(1060억달러)와 작년 5월(950억달러)에 비해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91개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재정건전성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 자금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오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채무 상환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금융 시장 여건에 비춰볼 때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바이에리쉐 란데스방크의 호르스트 베르트람 투자담당 책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과감한 구조조정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은행은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신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