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11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참패,과반 의석에 크게 못 미침에 따라 일본 정국이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중의원(하원)에선 '여대야소'이지만 참의원에서는 '여소야대'여서 정상적인 정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이 참의원에서 발목을 잡으면 법률을 통한 정부 · 여당의 정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해 자민당 정권 말기 참의원의 '여소야대'로 각종 법률 개정이 공전한 '식물국회'가 재연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의 선거 참패 원인이 간 나오토 총리의 '소비세 인상 검토' 발언에서 비롯된 만큼 당분간 소비세 인상 추진은 물 건너갔다. 적자재정 복원을 위한 세제 개혁도 논의 자체가 중단될 위기다.

◆참의원 여소야대 '정치 불안'

취임 한 달여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대패함으로써 간 총리의 리더십은 급속히 약화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12일 "여소야대로 참의원 운영이 어려워져 민주당 정권은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참의원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간 총리가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당 내부에서는 총리와 당 집행부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이 참의원 운영을 위해 야권을 상대로 연립 파트너를 찾고 있지만 향후 선거를 겨냥해 야당들이 연정 참여에 부정적"이라며 "국회 운영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9월 당대표 경선에서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그룹의 강력한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민주당의 패배로 자민당을 포함한 야권이 참의원의 과반을 확보함으로써 '식물국회'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의 정권 기반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제개혁 중단,새 연정 모색할 듯

간 총리는 참의원 선거 개표 결과가 나온 12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소비세와 관련해 "이제 문제를 제기한 것일 뿐"이라며 "초당파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소비세 인상 문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간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우선 정부 · 여당 내에서조차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간 총리와 에다노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 등은 소비세 인상을 지지한다. 그러나 당내 실력자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등은 반대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민주당의 선거 패배가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S&P는 "일본의 재정적자 감소를 위해선 정치 안정이 필수적"이라며 "재정건전화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노하라 나오유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일본의 공공부채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강경민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