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여야당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과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첫 기자회견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시작했다. 이날 오전 10시 한나라당 기자실을 찾은 그는 "(청와대로부터) 토요일 아침에 '언론이 (영포목우회 파문을)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니 정 의원이 정확하게 정리를 해줬으면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권력투쟁의 당사자로 내몰리는 데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근 자신이 정적인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을 견제하기 위해 김유환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을 시켜 영포(목우)회의 인사 개입 등과 관련된 자료를 민주당 측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조금 뒤 기자들을 만난 홍준표 의원은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런 논평을 내놓았다. "정두언 의원은 대통령 인수위 시절 '만사정통'(모든 것은 정두언으로 통한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 당사자가 권력에서 밀려났다고 권력 투쟁을 하고 있는 거예요. "

오전 11시엔 친박(친박근혜)계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 의원은 전날 친이계 인사들이 야당을 이용해 파워 게임을 벌인다는 세간의 의혹과 관련,'정두언''김유환' 등 실명을 처음 거론했던 터였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도 "총리실에서 (영포회 파문과 관련해) 생산한 문건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민주당 쪽으로 넘어갔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권력 내부의 추악한 암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사안의 사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이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배경을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은 "1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최고위원직 도전에 유리판 판세를 만들기 위해 '한건'을 터뜨린 것일 수도 있다"며 "'친이 vs 친이'의 구도가 '친이 vs 친박'으로 확산되는 양상 아니냐"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전당대회 같은 권력이양기를 앞두고 계파 내지는 특정 정치세력들이 권력투쟁을 벌이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의 암투는 도를 지나쳤다는 게 국회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빠진 정치세력들에게 후한 점수를 줄 것 같지는 않다.

박신영 정치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