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은행들도 예금 및 대출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거나 인상시기를 최대한 미루는 반면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큰 폭 올려 금리상승기를 틈타 자기 잇속만 채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부분 은행들은 이날 예금금리를 거의 조정하지 않았다. 예금금리를 올린 은행도 고시금리는 그대로 놔둔 채 지점장 우대금리만 0.03~0.0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3.85% 그대로 유지했다. 하나은행도 예금금리를 손대지 않았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도 지난주의 예금금리를 그대로 적용했다. 신한은행은 지점장 전결 우대금리만 0.03%포인트 인상하는 방식으로 1년짜리 민트정기예금금리를 연 3.70%에서 3.73%로 올렸다. 국민은행도 같은 방식으로 연 3.8%에서 3.85%로 인상했다.

은행들은 "시장에 자금이 풍부하고 은행들 대부분이 자금 잉여상태"라며 "대출할 곳도 여의치 않아서 예금 금리를 추가로 올려 자금을 끌어들일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약간씩 조정해 왔으므로 당장 인상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에 연동돼 있는 대출금리는 즉각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CD금리 상승폭 0.17%포인트를 반영해 대출 금리를 지난 주말보다 0.17% 오른 연 4.73~6.23%로 조정해 이날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매주 목요일 CD금리를 기준으로 다음 주 대출 금리를 정하기 때문에 오는 15일 CD금리에 따라 19일부터 새로 오른 금리를 적용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직전 3영업일의 CD금리를 평균 내서 매일 대출 금리를 조정한다. CD금리는 지난 8일까지 2.46%로 안정돼 있다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9일 2.63%로 상승했다. 12일 적용된 대출금리는 0.06%포인트만 올랐으나 CD금리가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대출 금리는 14일까지는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총 0.17%포인트 오른다.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은 매월 15일 은행연합회에서 고시하는 코픽스 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코픽스 금리도 은행 예금,CD,은행채,금융채 등 시장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오는 16일이면 은행들의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도 꽤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는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재형/이태훈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