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채를 1년에 1000억원씩 3년간 발행하고 지출예산을 줄여 4년 내에 5200억원을 모두 갚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일 성남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무 상환 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이 시장은 "판교특별회계는 판교신도시 조성을 하면서 도시기반시설을 만들기 위한 돈으로 성남시의 수익금이 아니라 대부분 상환해야 할 자금"이라며 "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지만 지금은 자력이 없어 차례로 돈을 지급하고 그 시기를 앞당기려 지방채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지방채 발행 허가를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은 또 3200억원을 들여 지은 성남시청 신청사 매각 계획도 밝혔다. 성남시는 이 청사를 매각하면 7000억~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기천 성남시 홍보담당관은 "성남시 청사를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해 매각하고 청사는 새로운 건물을 알아볼 것"이라며 "매각 대금은 다른 사업에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만 자금 상환에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이와 함께 성남시와 하남시,서울 송파구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 사업권을 국토해양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일부 획득해 신도시 사업에서 수익을 얻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정부로부터 보금자리지구로 선정된 고등 시흥지구 사업권을 넘겨받아 시가 자체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번 모라토리엄은 판교특별회계에서 돈을 끌어다 공원조성 등 급하지 않은 일반회계 예산으로 쓰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전임 집행부가 그동안 공원로 확장공사,공공청사 건립,주거환경정비사업 등 대단위 사업에 많은 지출을 했다"며 "세입이 줄면 긴축재정을 해야 하는데 일반회계 부족분을 판교특별회계에서 전입해 사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이번 모라토리엄 선언을 "전형적인 흑자부도"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재정이 우수하지만 흑자부도 내는 기업들이 많은데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돈은 있지만 판교특별회계를 위해 한꺼번에 낼 돈은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성남시는 지방세 수입 5856억원,세외수입 7614억원,국고보조금 1272억원,분권교부세 37억원 등으로 올해 예산을 충당할 예정이다.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60만8000원으로 전국 평균인 113만6000원에 비해 52만8000원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남=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