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월 신세계가 국내 최초 대형마트였던 이마트 창동점을 연 이후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오던 대형마트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접어든 모습이다. 신규 상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점포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신규 부지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신규 출점 여력은 점차 줄고 있다. 최근 새롭게 문을 여는 점포들의 매장 면적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드는 등 업체들은 이제 성장보다 효율성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효율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객들의 방문율 및 구매건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잇따르고 있다. 연초 이마트가 소수 생활필수품목을 중심으로 포문을 연 가격인하 경쟁은 점차 적용 품목 수가 늘어나며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은 초기에는 가격인하에 직접적으로 맞대응하는 방법을 택했지만,최근 들어서는 세일기간을 연장하고 가격 할인폭을 늘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가격 인하는 사실 대형마트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은 신규 출점이 대형마트의 주된 성장동력이었지만,좁은 지역에 경쟁적으로 점포를 열다보니 기존점들의 매출 성장률은 소비자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밑돌았다. 쇼핑의 편의성을 강조한 온라인 쇼핑몰이 늘고 근접성과 배송서비스로 무장한 슈퍼마켓에 고객을 빼앗겨 오던 대형마트로서는 본연의 경쟁력인 가격으로 고객들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 인하 경쟁은 일시적이 아닌,지속적으로 유지될 사업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 지난 2분기 가격인하 전략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1분기까지 마이너스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던 대형마트의 고객 트래픽(방문 및 구매건수)은 4~5월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해 4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6월은 전통적으로 기존점의 매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2분기 고객 트래픽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슈퍼마켓과 온라인 쇼핑몰로 향했던 고객 트래픽이 다시 대형마트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3분기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3분기 기존점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하반기엔 이마트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온라인 경쟁력 강화가 대형마트 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형마트 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인하 정책에 더해 온라인몰의 편의성을 강화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미 이달부터 온라인 쇼핑몰의 배송횟수와 배송가능 점포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점포 픽업서비스도 도입해 고객들의 이용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배송이 가능한 제품의 품목 수가 크게 늘어난데다 배송 기준금액의 인하로 이마트몰 이용 고객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강화 움직임은 대형마트 시장 확대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국내 시장의 성장성 둔화로 대형마트 업체들의 향후 관심은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장기 성장성 확보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와 달리 이머징 아시아 시장은 이제 막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해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가장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는 롯데쇼핑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중국 대형마트 체인인 '타임스'를 인수해 장쑤성 지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본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려 중국 내 주요 대형마트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롯데마트는 중국 외에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단시간 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는데다 효율성도 개선돼 시장 침투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역시 상하이를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서 경쟁적인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해외에서는 온라인 시장과 달리 오프라인 시장 침투에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당장 올해나 내년 큰 규모의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단 규모가 확대되는 시점부터는 빠른 속도로 성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유통업체들의 성장 동력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