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음식가무(連日飮食歌舞)'는 며칠 동안 술과 음식을 먹으며 노래 부르고 춤춘다는 뜻이다. 다름 아니라 중국사람들이 옛 우리 선조들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삼국지》의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 등장하는 이 말은 부여 사람들이 봄과 가을에 천제를 지내며 며칠 동안 음식과 술을 나누며 즐겼다는 것을 설명한 기록이다.

이런 역동적인 흥이 여전히 한국인들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 아이돌(Idol) 그룹이 보여주는 춤과 그들의 노래는 문화 트렌드에서도 대세로 자리잡았다.

광고 역시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사는 서정적이거나 감성을 표현하기보다는 단순하고 쉬우면서 주로 가벼운 내용을 다룬다. 춤의 경우 소비자의 욕구를 해결해주기 위해 다소 선정적이거나 과격한 몸동작이 종종 등장해 지적을 받기도 한다.

특히 '훅 송(Hook Song)'은 대중가요와 CM송(광고노래)에서 많이 활용된다. 훅 송은 '갈고리' 또는 '음표'를 뜻하는 '훅(Hook)과 '노래(Song)'가 합쳐져 탄생한 신조어.곡의 후렴구에 단순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와 가사를 배치해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한 음악이다.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는 효과를 노렸다. 원더걸스의 '텔 미(Tell me)'가 대표적인데 그 후 많은 음악들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노래의 간주 부분이 짧고,쉬운 노래 가사가 반복되며 30초 이내에 승부를 거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시 말해 광고음악 또는 디지털 음원으로 활용하기 좋은 길이어야 한다. 30초나 1분짜리 통화연결음이나 벨소리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효주가 등장하는 빙그레의 '요플레'광고는 이런 훅 송의 공식을 잘 지키고 있다. '요~요 요요요요 요~플레~좋아요. 요~요 요요요요 요~플레~맛있어요. 요~요 요요요요 요~플레~건강해요. '

총 스물두 번 등장하는 '요~'는 카피(광고문구) 수사학 측면에서 살펴보면 두운(頭韻)을 활용해 리듬감을 살려주고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청각적인 자극물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좋아요''맛있어요''건강해요'등 대구를 이루는 서술어의 '요'자(字) 역시 운율을 살려 재미있다.

1983년 등장한 이래 빙그레의 '요플레 오리지널'은 요거트의 대명사가 됐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통해 갈고리처럼 소비자의 귀를 잡는(ear catching)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CM송들은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몇 마디,혹은 팝송의 일부를 가져다가 광고의 배경음악(BGM:Back Ground Music)으로 사용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노래가 있어 광고 자체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메시지 전달이 중요해지면서 가사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계속 그 가락을 따라 읊게 된다. 결국 음악의 힘은 소비자가 광고를 머리 속에서 재인출해 스스로 따라 부르게 만드는 힘이다. 나도 모르게 광고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다만 이런 CM송은 요플레와 같이 이미 인지도가 높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고가 제품이 아니어야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누구나 손쉽게 광고를 접하고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쌓을 수 있도록 말이다. 다소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가수 박상민씨의 노래 '하나의 사랑'을 불렀던 추성훈의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광고에서도 노래의 힘이 여실히 드러났다. 더구나 노래에 춤이 보태지면 그 효과는 증가한다.

게다가 최근 MBC사극 '동이'에서 여주인공으로 활약 중인 한효주는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탤런트다. 현대적인 이미지에 동양적인 느낌까지 함께 갖춘 한효주는 이미 대한항공과 삼성디지털카메라,배스킨라빈스,삼천리자전거 등의 모델로 발탁된 바 있다.

이희복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광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