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피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BEM(Branded Entertainment Marketing)과 가상광고(Virtual Advertising)라는 수단이 등장했다. 이 두 가지 수단은 과거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간접광고로 주목받았던 PPL(Product Placement)보다 진보된 것들이다. BEM이 흥미와 관심의 요소를 강화한 것이라면,가상광고는 가상(virtual)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것이다.

BEM은 브랜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를 갖춘 콘텐츠를 말한다. 즉 영화,음악,드라마,뮤직비디오,TV쇼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속에 특정 브랜드의 제품,상징,이미지 등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이는 흥미 있는 요소를 강화해 소비자의 눈을 멀리 가지 못하게 하는(Zipping & Zapping방지) 크리에이티브인 것이다. 영화의 일종인 AD Movie의 경우는 광고(advertisement)를 위한 영화(movie)다. 이 또한 제품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작성,스토리를 전개하는 적극적인 방식의 광고영화를 말한다. PPL이 브랜드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소극적으로 노출시켰다면,BEM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기획단계에서부터 브랜드가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월드컵 중계방송에서 실제 축구장에는 없는 브랜드가 TV 속 운동장 한가운데 갑자기 나타난다든지,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장에 특정 브랜드가 나타나는 것이 가상광고다. 이 가상광고는 중간광고가 없는 우리나라의 광고 환경에서는 중간광고보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과정에서 보다 강제적으로 브랜드나 브랜드의 상징물에 노출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브랜드의 로고나 상징물의 비주얼은 노출되지만,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다른 청각적인 요소들은 동시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골프채널의 중계방송에서 그린의 홀컵 주위에 신한금융투자의 CMA로고가 나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스폰서가 돼 골프 대회를 개최하고 PGA 우승자인 최경주의 모자에는 신한은행 로고가 새겨 있으며 그린 홀컵에는 신한 CMA가 나타난다. 중산층 이상이 즐겨 보는 골프 중계방송을 통해 골퍼들에게 골프의 고급 이미지와 신한그룹의 이미지를 연계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인 것이다. 골퍼를 타깃으로 한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전략의 좋은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타블로와 강혜정 부부가 나오는 신한금융투자 TV-CF는 랩송과 더불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인물의 실사와 적당한 애니메이션의 배합은 메시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해 준다. TV-CF에서 실사와 애니메이션과의 혼합 사용 '크리에이티비티'나,인기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인 빅 모델을 활용하는 것도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이야기나 같은 콘텐츠라도 누가 그 내용을 전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는 맛깔스럽다 하고,어떤 이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밋밋하다고 한다. 같은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메시지의 전달력에서 차이가 난다. 어떤 교수의 강의는 학생이 몰리고,어떤 교수의 강의는 인기가 없다. 그것을 우리는 신뢰도(Source Credibility)로 설명할 수 있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21세기를 '꿈의 사회'(Dream Society)라고 했다. 이 드림 소사이어티의 근간은 이야기,즉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되는 사회다. 이야기는 만들어지고 전파되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터는 긴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짧으면서도 축약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축약 창조자'이자 '이야기꾼'인 셈이다.

필자는 '널리 알린다'는 의미의 광고(廣告)에서 비롯된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 시대가 저물고 포스트 매스 마케팅(post mass marketing)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기업 마케팅 행위의 하나인 광고라는 말 대신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혹은 MOC(Marketing Oriented Communication)가 적합하다.

오주섭(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