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대표이사로 발행주식의 약 47%를 보유한 최대주주 최모씨(49)는 2005년 이사회를 열어 같은 해 6월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결의했다. 그런데 최씨는 다른 주주들에게는 주주총회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채 자신 혼자만 참석한 임시주총에서 직원 황모씨를 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2007년 이사회에서 임원의 보수 인상이 결의되면서 황씨는 퇴임 전까지 인상액을 지급받아 왔다.

그러자 다른 주주 이모씨가 이에 반발, 회사 측에 최씨와 황씨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을 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이씨는 최씨와 황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씨는 "황씨를 이사로 선임한 2005년 임시주총 결의는 상법상 주주총회 소집절차를 위반한 것이므로 원천 무효"라며 황씨의 승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또 "황씨가 이사가 된 후 초과지급된 급여 6500여만원만큼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최씨와 황씨는 회사에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최씨에게 일부 금액을 회사에 손해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최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2005년 임시주총은 다른 주주들에게 통지를 하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무효인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된 황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원래는 회사가 쓰지 않았어도 되는 돈"이라며 "황씨가 이사로서 받아온 급여 초과분만큼 회사는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원심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모든 상황의 주범(?)인 최씨가 황씨의 급여 인상분을 회사에 물어낼 책임은 없다고 봤다. 그 이유는 황씨가 그동안 회사에 세워온 공로 때문.재판부는 "회사는 2000년부터 3년 동안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상태에 이르렀다가 2004년부터 매출 신장으로 흑자전환했다"면서 "경영실적 개선에 황씨의 기여가 적지 않았고,이사 선임 후 황씨에게 지급된 급여에는 상여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황씨의 업무실적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다른 주주들 또한 황씨의 이사 승진에 대해 불만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황씨를 이사로 선임해 생긴 손해를 모두 최씨에게 부담토록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비록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 해도,승진을 시켜도 될 만큼 개인이 능력을 갖췄는지 등 여부를 따져본 다음에야 회사가 입은 손해액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