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상반기 방송광고계에선 상업성을 탈색하려는 시도들이 넘쳐났다. 다문화ㆍ환경ㆍ통신혁명 등 이 시대를 휩쓰는 가치와 이슈들에 전력투구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런 광고에 높은 호감도로 화답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CM전략연구소가 4~6월 3600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광고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는 입증된다.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룹광고로 뽑힌 LG그룹의 '사랑해요 코리아'는 조선시대 풍속화에 검은 피부의 외국인을 등장시켜 다인종 사회가 우리의 미래임을 시사했다. 기업광고 부문 1위에 오른 SK텔레콤 '알파라이징'은 스마트폰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세상을 보여준다. LG하우시스 '지인'광고는 환경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섰다고 선언,건설건재부문에서 최고로 선정됐다.

반면 음료부문 최고인 빙그레 요플레,증권부문 1위인 신한금융투자 CMA와 카드부문 선두인 삼성 카앤모아카드는 한효주,강혜정과 타블로 부부,황정음 등을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LG그룹

'사랑해요 코리아'광고는 기업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얼굴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는 나라'란 슬로건과 사랑의 다문화 학교를 운영하는 모습이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다. 이 광고를 좋아하는 이유로 '진실되고 기업이 믿음직스럽다'(12%)는 항목이 비교적 높은 호감도를 받았다. 물론 아트마케팅을 활용한 LG그룹의 광고 시리즈는 '독창적이고 영상이 좋다'(32%)는 반응이 더욱 뜨겁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명화의 배경과 캐릭터들을 유머러스하게 조합해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서도록 한 것이다. 이 광고는 전 연령대(10~59세)에서 고른 호감을 이끌어냈다. 다소 무겁고,재미없고,어렵다고 느껴지는 그룹PR에 대한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뒤집은 사례다.

SK텔레콤 '알파라이징'

20세기 후반 유선 인터넷과 무선 이동 통신의 등장은 '통신의 혁명'으로 칭송됐다. 올 들어 본격화된 스마트폰 러시는 또다른 통신 혁명으로 주목받는다. 커뮤니케이션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세상이 만나 +α되는 세상을 만들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알파라이징'광고는 스마트폰이 가져오는 가까운 미래상을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전달한다. 내용은 진솔하지만 포장은 세련됐다.

캠페인 초반에는 '알파라이징'에 대한 개념과 기업 의지를 티저 형식으로 내보냈지만 최근에는 21세기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와 가능성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대중교통 상황도 파악한다. 한마디로 편의성이 극대화된 세상이다. 빅모델로 소비자 눈을 현혹시키지 않으면서도 기업에 대한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α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빙그레 요플레

한효주가 요플레를 떠먹고 발랄하게 춤 추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몸을 들썩거리며 흥얼거리게 된다. 제품과 모델이 잘 어우러진 광고다. 소비자가 이 광고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매력적인 모델''제품과 잘 어울리는 모델''신뢰가는 모델' 등 모델 관련 요인(30%)이 가장 많았다. '분위기가 활기차고 귀엽다(15%)'와 '배경음악과 사운드가 좋다(13%)'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보통 CM송은 '멜로디라인'과 '리듬라인'으로 나뉘는데 요플레 송은 '리듬라인'의 중독성이 강하다. 취향을 많이 타는 '멜로디라인'과 달리 '리듬라인'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하게 다가서는 게 특징.이 때문에 전 연령층(10~59세)에서 고르게 호감을 나타냈다. 요플레 제품도 '건강 미인'이미지를 강화했다. 빅모델이 넘쳐나는 광고계에서 모델 파워를 통해 제품까지 돋보이게 한 사례다.

LG하우시스 지인

환경 문제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개념적인 얘기를 할 때,LG하우시스는 실내 벽에서 청정한 공기를 나오게 하는 에코 상품을 내놓는다. 남들보다 앞서 실천한 것이다. 집안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가족의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주부층에게 호소력을 십분 발휘했다. 30~40대층에서 호감도가 무려 90%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기혼 여성층의 호감도는 59%였다. '지인'에코 상품의 메인 타깃을 적절히 공략한 셈이다. 모델 이나영의 도시적이면서 건강한 이미지는 브랜드와 맞아 떨어졌다. '신뢰 가는 모델''제품과 잘 어울리는 모델''매력적인 모델' 등 모델 관련 항목(20%)이 높은 호감 요인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 CMA

신한금융투자의 'CMA를 디자인하다'편은 파격적인 광고다. 실제 연예인 신혼부부인 타블로 강혜정 커플이 3D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가상 공간에 등장,마치 힙합 듀오처럼 '랩'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호감도 조사에서도 '제품과 잘 어울리는 모델''매력적인 모델' 등 모델 관련 요인(22%)이 가장 높았다. '배경음악이나 사운드가 좋다''활기차다' 등 오디오적 요소도 19%에 달했다. '표현에 공감이 가고 독창적이다''특수 제작기법이 좋다'등 비주얼적 요소(15%)가 뒤를 따랐다. 증권업계 광고에서 이런 호감 요인은 매우 드물다. 한마디로 파격적인 영상과 알기 쉬운 메시지,매력적인 모델 등이 삼위일체를 이뤘다.

삼성 카앤모아카드

시트콤 속 황정음의 귀엽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광고 속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서도 모델 관련 요인(26%)이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유머러스하다(19%)''분위기가 활기차고 귀엽다(15%)'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모델의 매력 때문에 제품의 특성이 가려질 수 있는 단점을 일상적인 이야기로 보완했다. 깔끔한 연출은 집중도를 높였다. 이 광고는 무엇보다 짧은 스토리 안에 다양한 접근 방법을 하나의 흐름으로 융합했다. 호감도 상위권 광고들의 경우 대개 빅모델로 승부수를 걸거나,일상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이미지성 광고로 시선을 끄는 것 중 하나로 접근하는 패턴이었다. 전 연령층에서 고른 호감도를 얻었고 특히 10대 남녀층의 인기가 높았다. '황정음 파워'때문일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