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창의 경영] (9) 破卵경영의 시작은 독서…위기 넘기고 매출도 쑥쑥
"관리본부장이 책값 결제가 너무 많이 올라온다며 불평해요. 우리 직원이 150명인데 매달 책값으로 400만원 이상 나가니까요. 외국어 교육이며 석 · 박사 과정 학비도 지원해주니까 회사 규모에 비해 교육투자가 많은 편이긴 해요. 그래도 사람을 키워야 그 사람이 회사를 성장시키니까 해야죠.교육비가 문제겠어요? 진짜 문제는 자기계발도 하지 않으면서 회사에서 나가지도 않는 사람이죠."

1975년 국내에 처음으로 알로에를 보급한 이래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개척해온 김정문알로에의 최연매 대표(50)의 말이다. 청주에서 중학교 국어교사를 하다 1985년 김정문알로에 청주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 대표는 2003년 8월 부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부터 독서경영을 실시해왔다.

이 회사에선 매달 추천도서를 정해주고 전 직원에게 독후감을 받는다. 제출된 독후감은 최 대표가 '빨간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직접 다 읽고 월례조회 때 총평을 들려준다. 이젠 다들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잘 쓴 독후감을 소개하고,미흡하다 싶은 사람들에겐 독후감 쓰는 법도 알려줬다.

"경영에 입문했을 때 회사가 매우 어려웠어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5년 동안 회사를 맡겼는데 외형 외주로 경영하다보니 내실이 없었어요. 제가 한 달만 늦게 왔어도 부도가 났을 겁니다. 그런데 자금사정보다 더 심각했던 건 직원들의 마인드였어요. 회사가 어려우니까 우수한 직원들은 많이 나가버렸고,남아있는 직원들은 전문성이며 가치관이 전혀 정립돼 있지 않았거든요. "

최 대표는 직원들이 얼마나 책의 내용을 소화해서 자신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였는지,책의 핵심을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하려고 노력하는지,그래서 성과로 연결시키는지를 꼼꼼히 점검한다. 독후감을 보면 얼마나 책을 성의 있게 읽었는지 금세 표가 난다고 한다. 사장이 빨간 줄을 그어가며 독후감을 읽으니 직원들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독특하고 새로운 걸 창조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지식을 바탕 삼아 몰입과 열정으로 계발하는 것이죠.그러자면 이미 알려진 지식으로는 곤란합니다. 기존의 사고틀에 갇혀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올해 우리 회사 경영방침이 '파란(破卵)경영',즉 계란껍질을 깨는 경영입니다. '파란'의 시작은 바로 책을 읽는 겁니다. "

직원들은 회사에서 월 1~2권씩 정해주는 추천도서 외에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는다. 교양도서든 전문서적이든 관계 없다. 책값은 회사에서 무제한 지원한다. 부서별 독서토론회도 연다. 교육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독서통신 교육을 직원들이 신청해서 들으면 비용을 지원해준다.

책 선물도 많이 한다. 영업사원들이 고객이나 거래처에 책을 많이 선물하고 책 이야기를 많이 한 덕분에 "좋은 책 좀 추천해달라"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최 대표는 "책을 많이 읽다보니 직원들의 말 솜씨,강의실력이 매우 좋아졌다"며 "경구나 명언도 어찌나 잘 인용하는지 깜짝 놀랄 정도"라고 했다.

지금까지 읽은 책을 묻자 《조용한 리더》 《일본전산 이야기》 《동사형 인간》 《CEO,영업에 길을 묻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 《이기는 습관》 등이 꼬리를 문다. 이번 달에는 《킹핀》을 추천도서로 읽고 있다.

독서경영의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2005년 창업주이자 남편인 김정문 전 회장이 타계한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했던 김정문알로에는 최 대표가 2006년부터 경영을 책임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600억원대에 머물던 연간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에 1100억원을 돌파했고,올해에는 14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신제품 'U-베라겔 AD'에도 독서를 통한 창의성 계발의 결과가 담겨 있다. 'U-베라겔 AD'는 김정문알로에 자연의학연구소가 개발한 최신 공법을 이용해 몸에 좋은 알로에의 고분자만을 농축한 것으로,알로에 과학화로 제2도약기를 열기 위한 상징제품이다. 제품 이름의 'AD'는 'Anno Domini'의 약자.AD가 서력 기원이 된 것처럼 이 제품을 새로운 도약의 기원으로 삼자는 뜻을 담았다. 알로에 효능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진 기원전 1552년께의 파피루스 기록을 용기 표면에 돋을새김으로 넣은 것도 독특하다.

"책을 읽으면서부터 직원들의 태도도 달라졌어요. 그전 같으면 오전 9시에 업무가 시작되고도 10분쯤 늦게 오는 건 보통이고 출근해서도 30분쯤은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직원이 많았죠.그러나 독서경영을 시작한 뒤로 지각이 없습니다. 대개 출근시간보다 30분내지 1시간쯤 일찍 와서 책을 읽거나 업무 준비를 하죠."

김정문알로에의 독서경영은 사실 창업주인 김 전 회장이 남긴 유산이기도 하다. 그는 알로에 연구를 위해 남산도서관에 상주하면서 자연의학,대체의학 책과 4300여편의 논문을 읽고 외우다시피했고,고전도 두루 섭렵한 독서가였다. 사장실과 같은 층에 이들 논문과 4000여권의 장서가 있는 도서관이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최 대표는 "책을 읽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독서경영을 통해 알로에의 제2전성기를 열어 수익의 대부분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썼던 창업정신을 더욱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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