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사실상 지배회사로 불리는 SK C&C 주가가 올해 들어서 두 배 가량 뛰었다.

SK C&C가 (주)SK와 합병을 통해 최태원 회장(지분 44.5%)→SK C&C(31.8%)→(주)SK(23.2%)→SK텔레콤(9.0%)→SK C&C로 이어지는 '기형적 지배구조'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 회장이 합병 이후 탄탄한 지분구조를 가져가기 위해서 합병 이전에 SK C&C 주가를 끌어올려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 것이란 기대도 주가상승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장 SK그룹이 양사를 합병시킬 이유도 없고, SK텔레콤이 갖고 있던 지분이 대주주 측에 넘어간 것도 아니어서 '합병 이슈'는 섣부른 기대라고 지적했다.

13일 오후 2시34분 현재 SK C&C 주가는 약보합세에 머물러 있지만, 이 회사 주가는 전날까지 사흘 연속 강세를 연출하는 등 최근 꾸준한 상승세다.

SK C&C는 연초 4만4000원대에서 거래되던 것이 7개월여 만에 9만원선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SK와 합병 기대로 두 배 가까이 주가가 치솟았다. 기관은 올들어 약 1600억원 어치 팔았고, 외국인은 약 1800억원 어치 샀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개인들의 매수량을 집계해 봐도 151억원 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렇다면 SK C&C 주가가 연일 올라간 것은 외국인들이 샀기 때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현재 보유 중인 SK C&C 지분(8.3%) 중 절반 가량은 MSCI지수편입이란 이슈를 통해 들어온 매수세로 파악하고 있다"며 "나머지 절반도 기업공개(IPO) 당시 기관이 주인이던 물량이 외국계로 인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SK와 합병은 적어도 3~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것이 증권업계 중론"이라며 "합병을 위한 SK그룹의 조치가 당장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 C&C의 주가그래프는 '꿈보다 해몽'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이달초 (주)SK의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합병기대는 이전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5월 중순께 보호예수에서 풀려난 SK텔레콤의 SK C&C 지분(9%)이 대주주 쪽으로 넘어갈 경우 이는 분명히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SK C&C 시가총액이 (주)SK의 것보다 두 배 이상 되어야 합병이 가시화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양사의 합병을 기대하고 주식을 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SK C&C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지금의 합병 이슈는 소위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란 얘기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