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군중’ 부상한 77~90 ‘음모론’ 세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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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이후 태어나 1990년 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른바 '음모론' 세대들이 ‘디지털 군중’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LG 경제연구원은 13일 ‘디지털 군중의 감성 코드’라는 제목의 연구서를 통해 정보기기와 통신망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 받는 디지털 군중의 특성과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LG 경제연구원은 연구서에서 “디지털 군중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광장은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인, 무한대로 넓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광장에 모인 군중은 관심사와 학연과 같은 카테고리로 구분돼 상호 작용할 뿐 그 자체가 동질적이긴 힘들다는 것이다.
LG연구원은 그러나 “이들은 서로 다른 관심사에 몰두해 있다가, 가끔씩 하나의 주장이나 사건에 동조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모으는 걸까. 무엇이 이들을 동조하게 만드는 것일까.
LG연구원은 이를 ‘음모론’과 ‘협력 추리’로 분석했다.
음모론과 함께 자라 사이버 수사대로 활동
디지털 군중은 1977년 이후 출생한 세대로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 시대의 코드 중 하나가 바로 음모론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암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회, 정치적 사건이나,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 중 상당수 역시 조작됐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성인이 된 세대가 바로 이들이라는 것.
영화 X파일이나 매트릭스, 신세기 에반게리온처럼 이들 정서 깊숙이 자리한 문화 콘텐츠의 기저에도 음모론이 있다고 LG연구원은 강조했다. 즉 디지털 군중은 음모론과 함께 자란 세대라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음모론적 사고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이 존재하고, 이것을 쉽게 검색할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만나 협력 추리라는 놀이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의 열애 스캔들을 파헤치고, 학력 위조를 숨기는 유명인 등은 이들의 수사망에 포착된다. 부인할 수 없는 단서를 찾아내는데 열중하고 군중들은 ‘매의 눈’에 감탄하며 이 증거들을 공유하는 것이 사실.
“이 전체의 과정이 디지털 군중이 하나의 주제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자극제로 작동한다”고 연구원은 말했다.
디지털 군중은 또 집단 창작을 즐기는 세대라고 LG연구원은 분석했다.
예컨대 2008년 만들어진 ‘빠삐놈’(영화 ‘놈놈놈’의 배경 음악과 ‘빠삐코’라는 빙과 CM 송을 합쳐 만든 음악이 인터넷을 통해 유행처럼 번졌다)과 최근 제작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대화라는 UCC 등 개인의 작은 노력이 합쳐져서 놀라운 결과물이 창조되는 것에 디지털 군중은 희열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LG 연구원은 디지털 군중이 ‘감정의 배설’이라는 특징 또한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공간은 현실 공간에서 표현할 수없는 생각과 언행이 분출되는 곳으로, 현실에서 억제된 자아가 표현된다는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감정의 배설 역시 디지털 공간에서는 놀이가 된다는 사실.
인터넷 까페인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이와 연관된 이름을 가진 ‘갤러리’(커뮤니티)에 무의미한 글을 올려서 서버를 마비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갤러리를 턴다’고 하는 이 행동은 지진이 났을 때 탤런트 ‘지진희’의 갤러리를 털거나,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이과인 선수가 골을 넣자, 이과인(이과생)이 활동하는 수학 갤러리를 터는 식으로 분출된다.
군중에 ‘영웅’ 있다면 디지털 군중엔 ‘스티브 잡스’
군중에게 시대별로 영웅이 존재한다면, 디지털 군중에게는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라는 아이콘이 있다고 LG 연구원은 설명했다.
애플과 관련된 기사는 언제나 포털 사이트 혹은 트위터 게시물 중 상위에 링크된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LG연구원은 그러나 트위터의 군중이 잡스를 막연히 숭배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어메이징’ ‘언빌리버블’ ‘엑설런트’ ‘그레이트’ ‘고져스’ 등을 반복하는 잡스의 과장된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편집한 동영상이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이 단적인 예이다.
최근에는 오리갑이 디지털 군중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LG 연구원은 분석했다. 오리갑은 오리탈을 쓰고 경기장을 찾는 LG트윈스 야구단의 팬이다.
빠지지 않고 잠실구장을 찾는 근면성, 뒷사람의 시야를 가릴 것을 염려해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는 배려심,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한 번도 화내지 않는 매너 덕분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LG 연구원은 이밖에도 ‘선(善)에 대한 믿음’ ‘정색하기’ ‘불의와 기만’ 등을 디지털 군중의 또 다른 특징으로 꼽았다.
손민선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군중이 부상함에 따라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기업들 스스로 진실해져야 한다. 진짜가 되면 디지털 군중은 그것을 알아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
LG 경제연구원은 13일 ‘디지털 군중의 감성 코드’라는 제목의 연구서를 통해 정보기기와 통신망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 받는 디지털 군중의 특성과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LG 경제연구원은 연구서에서 “디지털 군중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광장은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인, 무한대로 넓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광장에 모인 군중은 관심사와 학연과 같은 카테고리로 구분돼 상호 작용할 뿐 그 자체가 동질적이긴 힘들다는 것이다.
LG연구원은 그러나 “이들은 서로 다른 관심사에 몰두해 있다가, 가끔씩 하나의 주장이나 사건에 동조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모으는 걸까. 무엇이 이들을 동조하게 만드는 것일까.
LG연구원은 이를 ‘음모론’과 ‘협력 추리’로 분석했다.
음모론과 함께 자라 사이버 수사대로 활동
디지털 군중은 1977년 이후 출생한 세대로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 시대의 코드 중 하나가 바로 음모론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암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회, 정치적 사건이나,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 중 상당수 역시 조작됐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성인이 된 세대가 바로 이들이라는 것.
영화 X파일이나 매트릭스, 신세기 에반게리온처럼 이들 정서 깊숙이 자리한 문화 콘텐츠의 기저에도 음모론이 있다고 LG연구원은 강조했다. 즉 디지털 군중은 음모론과 함께 자란 세대라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음모론적 사고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이 존재하고, 이것을 쉽게 검색할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만나 협력 추리라는 놀이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의 열애 스캔들을 파헤치고, 학력 위조를 숨기는 유명인 등은 이들의 수사망에 포착된다. 부인할 수 없는 단서를 찾아내는데 열중하고 군중들은 ‘매의 눈’에 감탄하며 이 증거들을 공유하는 것이 사실.
“이 전체의 과정이 디지털 군중이 하나의 주제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자극제로 작동한다”고 연구원은 말했다.
디지털 군중은 또 집단 창작을 즐기는 세대라고 LG연구원은 분석했다.
예컨대 2008년 만들어진 ‘빠삐놈’(영화 ‘놈놈놈’의 배경 음악과 ‘빠삐코’라는 빙과 CM 송을 합쳐 만든 음악이 인터넷을 통해 유행처럼 번졌다)과 최근 제작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대화라는 UCC 등 개인의 작은 노력이 합쳐져서 놀라운 결과물이 창조되는 것에 디지털 군중은 희열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LG 연구원은 디지털 군중이 ‘감정의 배설’이라는 특징 또한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공간은 현실 공간에서 표현할 수없는 생각과 언행이 분출되는 곳으로, 현실에서 억제된 자아가 표현된다는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감정의 배설 역시 디지털 공간에서는 놀이가 된다는 사실.
인터넷 까페인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이와 연관된 이름을 가진 ‘갤러리’(커뮤니티)에 무의미한 글을 올려서 서버를 마비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갤러리를 턴다’고 하는 이 행동은 지진이 났을 때 탤런트 ‘지진희’의 갤러리를 털거나,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이과인 선수가 골을 넣자, 이과인(이과생)이 활동하는 수학 갤러리를 터는 식으로 분출된다.
군중에 ‘영웅’ 있다면 디지털 군중엔 ‘스티브 잡스’
군중에게 시대별로 영웅이 존재한다면, 디지털 군중에게는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라는 아이콘이 있다고 LG 연구원은 설명했다.
애플과 관련된 기사는 언제나 포털 사이트 혹은 트위터 게시물 중 상위에 링크된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LG연구원은 그러나 트위터의 군중이 잡스를 막연히 숭배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어메이징’ ‘언빌리버블’ ‘엑설런트’ ‘그레이트’ ‘고져스’ 등을 반복하는 잡스의 과장된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편집한 동영상이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이 단적인 예이다.
최근에는 오리갑이 디지털 군중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LG 연구원은 분석했다. 오리갑은 오리탈을 쓰고 경기장을 찾는 LG트윈스 야구단의 팬이다.
빠지지 않고 잠실구장을 찾는 근면성, 뒷사람의 시야를 가릴 것을 염려해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는 배려심,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한 번도 화내지 않는 매너 덕분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LG 연구원은 이밖에도 ‘선(善)에 대한 믿음’ ‘정색하기’ ‘불의와 기만’ 등을 디지털 군중의 또 다른 특징으로 꼽았다.
손민선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군중이 부상함에 따라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기업들 스스로 진실해져야 한다. 진짜가 되면 디지털 군중은 그것을 알아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