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펀드들도 릴레이 히트
은행PB서 상품 내달라 요청도
정한기 유진자산운용 사장(54)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5000억원이던 주식 · 채권운용 사업부의 수탁액을 현재 2조1000억원으로 늘린 비결로 사모펀드 집중 전략을 꼽았다. 특히 저평가돼 있는 비상장주식에 발빠르게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그의 주된 전략이다.
실제로 유진자산운용은 삼성생명 상장에 앞서 작년 10월 삼성생명 장외 주식에 투자하는 3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설정,6개월 만에 60% 수익을 냈다. 정 사장은 "강남 자산가들은 여윳돈이 많으면서도 기대수익률이 높아 상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1~2년 전 미리 투자했다가 상장 후 고수익을 얻는 전략이 통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가 내놓은 후속 사모펀드도 큰손들에게 인기다. 비상장 삼성SDS 주식에 투자하는 '유진맞춤사모증권'은 지난 1월 출시 이후 현재 8호까지 설정되며 250억원을 끌어모았다. 또 LS전선에 투자하는 '스마트그리드' 사모펀드에 5월 말 이후 180억원이 몰렸다.
정 사장은 "비상장 기업의 장외 주식은 물량이 적어 운용 규모를 200억원 안팎으로 제한하는데 늘 한도까지 꽉 찬다"며 "후발 운용사여서 공모펀드로는 판매사를 잡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은행 PB들이 먼저 상품을 내달라고 찾아올 정도여서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급성장하는 자문형 랩 시장에 대형 운용사처럼 직접 진출하는 대신 사모펀드로 맞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지난 4월 자문형 랩처럼 스폿펀드(목표전환형) 형태로 6개월 내 10%의 수익률 달성을 보장하는 '유진맞춤10' 사모펀드를 출시,2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지난달에는 10개 미만의 종목에 압축 투자하면서 펀드 기준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초과분의 10%를 성과급으로 받는 '유진맞춤 1호' 펀드를 설정해 이미 60억원을 모았다.
정 사장은 "강남 고객들의 투자 수요에 맞춰 다양한 사모펀드를 개발하는 한편 공모펀드에서는 시장 부침을 따라가지 않는 인덱스 펀드를 키우는 이른바 '투 트랙'전략을 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