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래미안'‥에버랜드 조경팀이 설계, 고가 상징물로 화제 만들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질리지 않는 자연스러움 곳곳에 꽃길…리조트형
'인공 폭포,10억원짜리 느티나무,미니 카약장….'
대형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아파트 단지 조경 고급화 ·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고급 조경재 사용은 기본이고 기존 아파트 단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각종 조경물도 설치하고 있다. 주거 여건을 확 바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저조한 신규 단지 입주율을 끌어올리고 분양 시장에도 입소문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늘어나는 조경 공사비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 중 조경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일산 자이'에 조경면적 3.3㎡당 100만원을 쏟아부었다. 강남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반포 자이'와 최근 입주를 시작한 '청라 자이'에도 각각 97만원과 84만원을 들였다.
총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조경공사비 비중도 대형 건설사 중에선 GS건설이 가장 높다. 회사 관계자는 "전체 아파트 건축비 가운데 조경에 투입되는 비용은 2~5%대"라며 "조경면적 3.3㎡당 55만~130만원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총 공사비의 3% 정도를 조경 공사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 계약을 맺은 예비 입주자들이 입주 전부터 아파트 단지를 찾아 조경 수준을 챙기고 있다"며 "조경에 쏠리는 관심을 감안해 올 들어 2% 안팎이던 조경비용 비중을 3%대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 테마 조경이 대세
건설사들은 아파트 단지 조경을 친환경과 테마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주차장 등을 만들고 남은 공간에 나무를 심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실개천 연못 산책로 등은 물론 스토리를 담은 조경물까지 설치하고 있다.
삼성건설은 오래된 고성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에는 10억원짜리 느티나무와 금강산 만물상을 주제로 한 미니폭포를 꾸몄다. 래미안 퍼스티지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에버랜드 조경팀이 직접 작업을 맡았다. 이 회사 유한건 상품개발팀장은 "선진국처럼 조경문화를 넘어 정원문화로 나가는 때를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은 반포 자이에 자연과 문화를 접목,입주민들이 단지 안에서 모든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미니 카약장 등 물놀이 시설을 갖췄다. GS건설 측은 "단지 11곳에 물이 나오는 수경시설을 설치했다"며 "음악분수 등을 통해 '굽이쳐 흐른다'는 반포의 지역적 스토리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자연스러운 조경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산수유 수수꽃다리 황매화 등을 심었다. 회사 관계자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해외 휴양지 느낌을 주는 리조트형 조경"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조경 경쟁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조경설계 용역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조경엔지니어링 업체인 한국종합기술의 권오준 부사장은 "입주자들이 아파트 단지에 수준 높은 조경을 갖춰주길 요구하고 있다"며 "2001년부터 연평균 30%대의 증가율을 지속해온 국내 조경시장이 올해도 두 자릿수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