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42g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154g)보다도 적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선택할 만한 대안이다.
도요타의 대표 하이브리드 SUV인 RX450h의 또 다른 장점은 저속 단계에서 특히 조용하다는 점이다. 출발할 때와 저속으로 주행할 때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방식이어서다. 시속 40㎞ 이하의 속도에선 오로지 모터로만 달릴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처음 밟을 때 전동 열차가 천천히 출발할 때처럼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만,이마저도 귀를 기울여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실내에선 주행 모드에 따라 3단계로 차량 높이를 선택할 수 있는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조절장치가 눈에 띄었다. 속도 별로 최적의 높낮이를 유지해 승차감과 함께 주행 안전성을 높여주는 데 기여한다. 짐을 실을 때 트렁크 높이를 3㎝ 낮춰주는 로딩 모드가 추가됐다. 짐이 무거울수록 3㎝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실내에 탑재된 다양하고 섬세한 편의장치는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줬다. '에코 모드 지시계'가 눈에 들어왔는데,연료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재의 연비 상태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내비게이션은 대형 8인치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조작하는 방법이나 시야 각도 등이 딱 적당했다. 센터 콘솔에 솟아있는 다이얼을 가만히 손에 쥔 채 컴퓨터의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처럼 손가락 끝으로 까딱까딱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은 참신한 아이디어다. 화면에 직접 손가락 끝을 대고 정보를 확인하는 터치식 조작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내비게이션보다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RX450h는 안전성 면에서도 일반 동급 SUV를 압도한다. 차체 구조물의 42% 정도를 고장력 강판으로 설계해 충돌 때 사망 및 부상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도요타 연구소에서 총 233번에 걸쳐 충돌 실험을 실시했다고 한다. 사이드 · 커튼 및 무릎 에어백 등 10개의 에어백을 내장하고 있다.
BMW가 전매특허처럼 장착해온 헤드업 디스플레이(차량 앞면 유리에 주행 속도 등 각종 정보를 띄워주는 장치)를 달았다. 경쟁사가 먼저 채택했어도 소비자를 위해 과감하게 도입한 점은,도요타의 또 다른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