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전문가들이 경기도 성남시의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 성남시의 지불유예 선언이 지방공사채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남시는 지난 12일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돈 5200억원에 대해 지불유예를 선언했다. 그러나 성남시의 재정상태는 비교적 건전하고, 5200억원도 일시에 갚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채무불이행 선언은 억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성남시가 ‘채무지불유예’를 선언하면서 지방공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며 "금융시장은 ‘성남시’ 보다 재정자립도가 훨씬 낮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들의 재정건전성에 본격적인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지자체와 지방공기업들은 AAA 또는 AA+의 높은 등급을 이용해 그동안 각종 지역사업을 방만하게 펼치며 재원조달을 위해 채권을 남발해왔다는 것. 이는 중앙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믿었던 데에서 비롯됐지만, 이번 선언으로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은 추가적인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성남시의 ‘채무지불유예 선언’은 발행자의 ‘적기 채무상환능력’의 약화를 부를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기 채무상환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공사채 투자심리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제보다 과대하게 평가 받아온 ‘지방공사채’의 신용 프리미엄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신 연구원은 판단했다.

박형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LH 혹은 국토해양부에서 사업비 지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며 "성남시의 지불유예선언은 다분히 선제적이고 계획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 연구원은 "LH공사채의 스프레드가 확대될 수 있고, 재정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대부분의 개발공사 채권의 경우 스프레드도 확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남시와 유사한 성격의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대규모 공공사업 참여 비중이 높은 LH 공사의 재무건전성 문제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LH 공사의 공사채 스프레드는 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광역시 및 도 그리고 기초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들의 재무건전성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의 전망이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 개발공사들을 소유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문제가 성남시 사태로 부각된다면 관련 개발공사들의 공사채 스프레드 확대는 피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시장에 대한 영향은 중립적이며 오히려 성남시의 지불유예선언을 계기로 '매수'에 나서라는 조언도 있다.

민동원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성남시의 지불유예 선언은 심리적인 이유로 지방채 및 공사채의 가격 하락세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민 연구원은 아직은 지방정부 및 공사들의 재정 건전성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됐다고는 보기 힘든 만큼 이 때가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채권전문가들, "성남시 지불유예 선언…공사채 시장에 악재"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