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을 열까 말까. 대낮에 오픈카를 타고 시내를 달릴 땐 고민이 들게 마련이다.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더구나 100m 밖에서도 눈에 잘 띄는 메르세데스벤츠의 4인승 컨버터블 '더 뉴 E350 카브리올레'라니….

이 차는 올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세계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신차다. 국내엔 지난 5월 말 소개됐다. 지붕을 천으로 덮은 소프트톱이다. 따라서 지붕을 열고 닫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척 짧았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20초 내에 자동 개폐가 가능한데,최고 시속 40㎞로 달릴 때도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지붕을 완전히 연 후 카브리올레 루프를 트렁크 공간과 분리된 차량 뒤쪽에 별도로 보관하는 방식이다.

지붕을 닫으면 일반 소프트톱 모델과 달리 외부 소음이 상당 부분 차단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흡음재 성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다. 방수 방풍뿐만 아니라 탁월한 단열 기능까지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지붕을 닫았을 땐 트렁크 공간을 루프 보관 공간(90ℓ)까지 추가로 확장할 수 있다. 적재 공간이 최고 390ℓ까지 늘어나 보스턴백을 2~3개 넣을 수 있었다.

더 뉴 E350 카브리올레의 차체는 묵직한 편이었다. 배기량 3498cc짜리 V형 6기통 엔진을 달았다. 최고출력 272마력 및 최대토크 35.7kg · m의 힘을 냈다. 속도를 시속 250㎞까지 낼 수 있는데,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최고 속도까지 지체없이 끌어올리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8초다. 자동 7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더 뉴 E350 카브리올레는 역동적인 형상의 전면부 범퍼에 신형 E클래스의 직사각형 트윈 전조등을 장착해 날렵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냈다.

비가 그친 후 약간 쌀쌀해진 밤,지붕을 다시 열고 달렸다. 한기가 몰려왔다. 하지만 이런 날뿐만 아니라 한겨울에도 오픈카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만든 게 이 차의 장점이다. 난기류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실내 보온성을 높인 첨단 에어캡 덕분이다. 외부로부터의 강풍을 막고 따뜻한 공기가 운전석과 조수석 주변을 맴돌도록 만들어줬다.

앞좌석 머리받침 송풍구의 각도를 위아래 36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탑승자의 키에 관계없이 따뜻한 바람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행 속도에 따라 풍량 세기를 자동 조절해주는 장치인 '에어스카프'를 달았다.

시속 160㎞ 이상 고속에서도 지붕을 연 상태에서 편하게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었다.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디자인이 이를 가능케 했다. 미세 조정을 포함해 좌석을 다양한 각도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오디오가 있는 부분) 쪽에 각종 버튼이 지나치게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일부는 단순화할 필요가 있거나,없어도 될 것 같았다. 벤츠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불편한 내비게이션 문제는 이번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