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상담 및 자문이 최근 확실히 늘었다. 선수를 치기 위해 일단 점검부터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

"시행사 · 시공사 · 대주단 등 PF 관련 3자가 창과 방패를 들고 분쟁에 대처할 준비를 시작하는 상황이다. "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이 전하는 최근 분위기다. 부동산 PF 사업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미분양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련 3자 상당수가 앞으로 닥칠 법적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법무법인 율촌의 신동찬 변호사는 "요즘 상담 · 자문의 절반 가까이가 PF 관련"이라고 귀띔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용우 변호사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 막다른 골목에 왔다고 보면 된다"며 "경기가 호전되지 않으면 소송 등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주단, 대출금 떼일라 전전긍긍

금융회사로 이뤄진 대주단의 최대 관심사는 대출금 회수다. 신동찬 변호사는 "대주단의 경우 시행사가 채무를 갚지 못하겠다고 나온 다음의 대처 방안에 관심이 많다"면서 "시행사 대신 채무를 갚게 하고(지급보증),건물을 예정대로 완공(책임준공)할 수 있도록 시공사에 의무를 지울 수 있는지 여부를 궁금해 한다"고 전했다.

최근엔 대주단끼리 소송도 벌어졌다. A캐피탈 등 13개 금융사는 B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원래 이들 14개 금융사는 2008년 서울 동작구의 공동주택 신축사업과 관련,'한 배'를 탄 대주단이었다. 이들은 시행사에 총 1600억원을 대출해 주고,대출금 규모에 따라 상환금을 분배받기로 했다. 그런데 최종 상환기일이 지나도 시행사 등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B상호저축은행이 시행사 등과 별도 합의서를 작성해 다른 금융사들보다 먼저 대출금을 회수했다는 게 A캐피탈 등의 주장이다.

◆시공사"지급보증 의무 버겁다"

시공사는 책임준공 및 지급보증 의무를 어느 범위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중점을 둔다. 대주단 · 시공사 · 시행사 3자간 체결하는 개발사업약정에는 시공사에 책임준공 의무를 지우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시공사는 공사비를 못 받는다 해도 책임을 지고 공사를 끝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시공사가 시행사 대신 채무를 갚기로 하는 지급보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약정상 책임준공과 지급보증 의무를 진 시공사의 경우 무사히 공사를 마쳤다 해도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대 빚을 그대로 떠안는 위기상황에 몰리게 된다.

법무법인 율촌의 고재현 변호사는 "시행사 · 시공사 · 대주단 사이에 맺는 사업약정,대출약정,도급계약,담보계약 등의 사이에서 모순이 발생할 때 무엇이 최종 기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3자간 약정에는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가 명시돼 있었지만,시공사와 시행사 양자간 계약에는 책임준공 예외 조항이 있었던 사건이다. 이 판례에서는 '본 약정과 개별계약이 부딪칠 경우 본 약정이 우선'이라는 3자간 약정상 조항이 승패를 갈랐다.

시행사는 주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자문하는 분위기다. 이용우 변호사는 "시공사가 시행사에서 인 · 허가권 등 사업 시행권을 회수할 때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이현일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