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서울 중구 신당동의 연탄 공장으로 시작해 창립 55년이 된 지금 국내 최대 도시가스 업체로 성장한 삼천리.에너지 기업 변천사의 한 표본을 보여준 이 회사가 제3의 변신을 모색 중이다. 열병합발전을 통해 지역난방을 제공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이 삼천리가 추구하고 있는 미래 전략의 핵심이다.

◆집단에너지가 미래 캐시카우

삼천리는 13일 집단에너지 사업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경기도 광명시 KTX광명역 일대 1만6000세대에 난방용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광명열병합발전소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삼천리가 자체적으로 건설한 첫 번째 열병합발전소이자,집단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제외한 민간기업 중 선두주자인 GS파워를 제치고 사업권을 따낸 곳이다. 삼천리가 1500억원을 들여 2년5개월 만에 완공한 광명열병합발전소는 시간당 4만6000㎾의 전기와 40G㎈(기가칼로리)의 열을 생산하게 된다.

삼천리의 집단에너지 사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한준호 부회장이다. 동력자원부 자원개발국장,통상산업부 자원정책실장에 이어 한국전력 사장까지 지낸 에너지 행정 전문가로,'사람 욕심' 많은 이만득 삼천리 회장이 스카우트해 2007년 9월부터 삼천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 부회장은 "삼천리가 과거 연탄 사업에서 도시가스로 업종을 잘 갈아탔듯 이제 미래 먹을거리를 또다시 찾아야 할 때"라며 "그 중심이 될 아이템이 집단에너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삼천리의 고민은 국내 도시가스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시장이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서울시와 경기도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각각 97%와 82%에 이르고 있다. 마진도 박해져 2006년 3%대였던 영업이익률은 1%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을 활용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은 높은 에너지 효율과 도시가스 대비 15%가량 낮은 난방비 덕에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뒤 지역난방이 도시가스 이익 앞서

삼천리는 이날 자체 준공한 광명열병합발전소에 앞서 합작투자와 지분인수 등을 통해 집단에너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최대 집단에너지 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합작으로 2006년 9월 휴세스를 설립,화성향남 1지구 1만세대에 지역난방을 공급 중이다. 또 지난해 말 안산도시개발 지분 42.9%를 인수,5만3000세대에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이날부터 가동에 들어간 광명 역세권 지역의 1만6000세대,내년 초 공급 예정인 수원 호매실지구 1만9000세대,지난해 사업권을 따낸 평택국제화지구 5만1000세대와 화성향남 2지구(규모 미정)를 합하면 향후 3~4년 내 공급 가구는 총 15만세대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한 부회장은 "과거 삼천리는 연탄에서 번 돈을 도시가스 사업에 쏟아부으면서 손익분기점에 이르기까지 15년간 투자에 집중했다"며 "집단에너지 사업에서도 앞으로 10년 정도 투자하면 2020년께는 도시가스 사업의 이익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 사업과 외식 분야도 새로운 기회

삼천리는 물 사업에서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 부회장은 "도시가스 사업을 하는 우리만큼 배관기술이 뛰어난 곳도 드물 것"이라며 "M&A(인수 · 합병) 등을 통해 상하수도 배관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 생활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외식 브랜드를 도입,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서는 것을 검토 중이다.

윤성민/조재희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