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민은행장은 내부 인사 중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KB금융지주 사장은 외부인사가 영입될 공산이 커졌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13일 취임식 직후 "14일부터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받는 분들에 대한 서베이(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행장 후보를 압축할 것"이라며 "조직 융화를 위해 행장 선임 때 출신 은행과 지역 등을 따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행장 선임까지 10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 회장은 "지난 3주간 국민은행 부행장들을 모두 만났는데 그 분들이 어디 출신인지 잘 모른다"며 "지금도 내부에서 (국민은행 합병 전) 어디 은행 출신인지 따지는데 그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회장이 그동안 행장은 내부 인사 중에 선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기의 전략그룹 부행장,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심형구 신탁연금그룹 부행장 등 현직 부행장 중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가 현직 부행장이 강정원 전 행장과 권력 실세 간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어 회장이 의외의 인사를 행장으로 선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 사장은 외부 인사가 올 가능성이 커졌다. 어 회장은 "사장은 전략적인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 내부 인사로만 단정하지는 않고 있다"며 "능력 있는 분을 외부에서 모셔올 수 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KB금융이 100% 지분을 가진 은행의 행장 선임을 먼저 한 뒤 사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박동창 한국글로벌금융연구소장(전 LG투자증권 부사장)을 유력한 KB금융지주 사장 후보로 보고 있다. 박 소장은 어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규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국민은행 부행장),김동원 기업은행 사외이사(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도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최인규 전략담당 부사장이 후보로 꼽힌다.

KB금융 안팎에서는 행장과 사장 선임 이후 올 하반기나 내년 초 대규모 임원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현재 14명에 이르는 국민은행 부행장 자리를 신한은행 수준인 11개 정도로 줄이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강 전 행장은 이날 오후 퇴임식을 갖고 5년9개월간의 행장 생활을 마감했다. 임기가 10월 말로 3개월이 남았지만 금융당국의 징계를 앞두고 조직과 새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