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어윤대 체제 출범] "KB는 비만증 앓는 환자…체질개선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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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향상…비용절감 박차
강제로 직원 줄이는 일 없을 것
강제로 직원 줄이는 일 없을 것
"KB금융지주는 당분간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한 다른 금융회사와 인수 · 합병(M&A)을 하지 않고 체질 개선을 하는 데만 힘쓸 것이다. "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13일 취임식에서 KB금융을 '비만증을 앓는 환자'에 비유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4층 강당에 모인 150여명의 임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였다.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신봉자로 알려졌던 어 회장이 그간 관심을 내비쳤던 우리금융 인수 의지를 접은 이유도 국민은행 등 계열사들의 낮은 생산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만큼 어 회장은 당분간 KB금융의 경영효율화를 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 M&A 안한다"
어 회장은 이날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KB금융의 체질이 개선될 때까지 은행과 증권 인수 · 합병(M&A)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KB금융의 체질이 굉장히 약화돼 있어 앞으로 2년이 됐든 5년이 됐든 건강해질 때까지 우리금융 등 은행 인수 계획은 없다"며 "증권사도 인수재원이 없는 만큼 자생적인 성장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은 "열심히 영업해서 주가를 높인 뒤 2~3년 후 금융회사 인수 기회가 오더라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 회장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밖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난 3주간 내정자 신분으로 담당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아 보니 KB금융의 체질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생산성 향성,비용 절감 등 과감한 개혁이 대형화보다 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체질 개선이 최우선 과제
국민은행의 직원 수는 3월 말 기준 2만5789명으로 신한은행(1만2904명)과 우리은행(1만4924명)에 비해 2배가량 많다. 당기순이익을 직원 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은 2017만원으로 신한은행(4561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은행(3080만원)과 하나은행(3227만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어 회장은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며 "KB금융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전 임직원이 머리를 싸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비상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비용수익비율(CIR)이 2005년 42%에서 지난해 54%로 악화됐다"며 "같은 기간 산탄데르은행은 54%에서 42%로 개선되고 일부 국내 경쟁은행들도 상당히 개선된 것과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인력이 많다고 해서 직원들을 내보낼 방법은 없다"며 "KB생명 등 계열사가 커지면 계열사 간 인력을 바꾸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당분간 사람을 강제로 줄이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경영 효율화와 글로벌화 이뤄야
어 회장은 KB금융의 고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4대 전략으로 △경영 효율성의 극대화 △사업 다각화 △신규 수익원의 창출 △글로벌 경쟁력 개선 등을 제시했다.
어 회장은 "맏형격인 은행은 소매금융 분야에서 경쟁력 우위를 재구축하고 다소 부족했던 우량 대기업과 기관 고객에 대한 국내외 서비스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수익 창출력이 높은 신용카드 부문은 조만간 은행으로부터 분사시켜 그룹 사업구조 다각화의 전환점으로 활용하고 신용카드 업계를 이끄는 선두 업체의 하나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생명보험 분야는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 보험사를 목표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다른 계열사들도 그룹 시너지 창출과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새 수익원과 관련해서는 "통신회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차별적이고 특화된 스마트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녹색금융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겠으며 금융위기 이후 서민금융에 대한 수요 증가를 고려해 진출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