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명수씨는 간밤에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취한 상태에서 대리 운전을 시켰기 때문이다. 박 씨는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자신의 차 위치를 단번에 확인했다. 뒤이어 스마트폰으로 시동까지 걸어 차량 에어컨을 미리 가동시켰다. 차에 오른 그는 출근길 교통상황을 확인했다. 이 역시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일.도로 곳곳에 설치된 CCTV 동영상을 직접 보면서 막히는 길과 뚫리는 길을 파악했다.

내 손 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엔진오일이나 브레이크 교환시기를 확인하고 정비업소를 방문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집 안에서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 주행 정보와 운행지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 것은 물론이다.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지면서 고급차에만 적용됐던 첨단 편의장치를 차종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의 종류는 다양하다. 아이폰용 카맨(CarMan)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주행거리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차 정비시기를 통보해준다. 차종 및 차량 제원,최근 정비내역,현재 주행거리를 입력한 다음 알림 시간을 설정하면 된다. 브레이크 오일이나 타이어 위치 교환 시기,에어필터 교환 시기 등도 알려준다.

수도권 교통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교통알림e 애플리케이션도 관심을 끈다. 경찰청에서 제작한 모바일 웹을 스마트폰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수도권 체증구간과 도로공사 상황,시위,교통사고 등 통제 구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무인단속 지점과 교통사고 다발 구간도 체크할 수 있다.

BMW 등 고급차에 적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운전석 유리창에 주행속도 등을 띄워주는 첨단 장치) 기능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신의 차량에 달 수 있다. 차량 대시보드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운전석 유리창에 반사돼 스마트폰에 나타나는 차량 속도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운전 중 계기판을 쳐다보지 않고 차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자동차 출력과 가속성능,제동력 등을 표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은 자동차 튜닝 마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아이폰의 탄생지인 미국에선 자동차 경주와 관련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된 상태다. 이동통신 업체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업체들도 스마트폰과 결합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의 대형 부품업체인 컨티넨탈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오토린큐(AutoLinQ)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최근 선보였다. 휴대폰을 통해 자신의 차에 질문을 던지거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운전자에게 가장 가깝거나 기름값이 가장 싼 주유소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드라이빙 케어'란 차량관리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운전자에게 연비와 정비 이력,유지비,소모품 교환주기 등 다양한 관리 정보를 알려준다.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국내 앱스토어,르노삼성 모바일 웹사이트(m.renaultsamsungM.com) 등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 고객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보유한 운전자면 누구나 가능하다.

GM대우자동차도 '지엠대우 모바일'을 통해 기업 블로그인 '지엠대우 톡'(blog.gmdaewoo.co.kr)에 게재된 다양한 자동차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과 동영상 보기도 할 수 있다. 대형 지하주차장처럼 찾기 어려운 곳에 주차해놓은 차의 위치를 사진 또는 텍스트로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차는 어디에'란 기능을 통해서다. 또 AS센터 검색 기능은 현재 위치한 지역의 AS센터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바로 전화로 연결해줘 위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 같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결합은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이 공들여 개발해온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더욱 진화시킬 전망이다.

유영준 월간 카테크 편집장 yyjun99@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