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인터뷰 "요즘 관심은 소비자 혁명…백화점 외형 경쟁 안할 것"
"왜 그렇게 트위터를 열심히 하냐고요? 제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의 80%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에서 불편을 겪었던 고객들의 불만이거든요. 그중에는 신세계에 뼈가 되고,살이 될 '주옥' 같은 지적도 많습니다. 제 트위터는 신세계가 고객과 만나는 또 다른 소통창구인데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

지난 13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인터뷰 내내 '고객' 얘기만 했다. 정 부회장은 "모든 기업이 '고객이 왕'이라고 외쳤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갇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었다"며 "이마트가 가격혁명에 나선 것은 그동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누렸던 이익을 고객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목표는 신세계를 '유통업계의 애플'로 만드는 것"이라며 "애플처럼 고객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회사가 돼야 영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07년 11월 77만5000원까지 올랐던 신세계 주가가 요즘 50만원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신세계의 실적과 실력이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습니다. 외국계 장기 투자기관과 연기금 등이 신세계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들도 신세계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올해 백화점과 이마트를 합한 매출은 15조8000억원(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총매출 기준) 정도 될 겁니다. 2014년에는 25조원을 넘길 거예요. 목표대로 움직이면 신세계 주가는 충분히 상승하리라고 봅니다. "

▶신세계의 중장기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마디로 '소비자 혁명'입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제조업과 유통업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의 이익이 아닌 제조업체의 이익을 대변했던 측면도 있었죠.예컨대 진정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물건 가격을 한푼이라도 깎아서 팔아야 하지만,'좋은 게 좋은 거다'란 식으로 제조업체가 정한 가격 그대로 소비자에게 판매했던 겁니다. 올 초 시작한 이마트 가격혁명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 혁명'으로 가는 첫단추거든요. "

▶'상시 저가'를 기치로 내건 이마트 가격혁명 전략은 성공했다고 보십니까.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수십년 동안 굳어진 유통관행을 깨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지금은 어려움이 있지만 1~2년 지나면 소비자가 먼저 우리 편이 되줄 걸로 믿습니다. 소비자들이 '이마트는 좋은 물건을 항상 싸게 판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결국 제조업체들도 이마트의 정책에 동참하지 않겠습니까. 7월1일부터 확대 시행된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겁니다. 가격결정권은 유통업체가 갖고 제조업체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거예요. "

▶이마트는 확고한 업계 1위지만,백화점은 매출액 기준으로 롯데 현대에 이어 3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에서 나옵니다. 그래야 '바잉 파워'가 생겨 좋은 물건을 싸게 팔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백화점은 다릅니다. 고객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지 않습니다. 고객은 백화점에서 1~2시간 머무르면서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백화점에 대해선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덕분에 신세계백화점을 보면 점포 수는 적어도 하나같이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백화점 부문에선 외형에 집착하지 않을 겁니다. "

▶경쟁기업인 롯데는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M&A 전략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일단 확장하고 보자'는 전략은 안 씁니다. 유통과 관련 없는 기업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유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어요. '유통 전문기업이면 편의점과 홈쇼핑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홈쇼핑에 대해선 '한다,안한다' 이런 식으로 방침을 정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뭘 하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신중하게 할 겁니다. 해외 유통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경험적으로 보면 해외에서 '좋은 M&A 물건'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해외 시장에서 다른 업체와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습니다. "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오신 걸로 압니다.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월마트 타깃 등 선진 유통업체를 둘러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번 출장 목적 중의 하나가 선진 유통업체들의 가격정책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월마트의 경우 생각보다 유연하게 가격정책을 펼치더군요. 월마트는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윈(win) △플레이(play) △쇼(show) 등으로 분류합니다. '윈'은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핵심 품목이고,'플레이'는 비슷한 제품들,'쇼'는 구색을 맞추는 제품입니다. 또 모든 제품이 '상시 저가' 대상이 아니라 제품에 따라 △1년 내내 저가 △1년 중 3개월만 할인판매 △1년 중 1개월 미만 할인판매 등 3가지로 나눕니다. 이마트 가격전략을 짜는 데 참고하려고 합니다. "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으신데,유통업을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됩니까.

"유통업은 IT기술이 접목되면 가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뀔 수도 있어요. 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가 처음 나왔을 때 단순히 금전출납기로 쓴 기업은 2류가 됐고,이걸로 재고를 관리하고 고객 정보를 파악한 업체는 일류가 됐죠.'스마트폰 열풍'도 마찬가지예요.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유통업계의 경쟁구도도 달라질 겁니다. "

▶어머니(이명희 신세계 회장)께서 요즘 당부하는 사안이 있습니까.

"제 어머니는 한번 믿으면 뒤도 안 돌아보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작년 12월 총괄대표를 맡기 전까지는 어머니께서 '조금 더 배운 다음에 책임지는 자리로 가는 게 어떠냐'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게 힘을 많이 실어주고 있습니다. 요즘 당부하는 사안이라….굳이 꼽자면 '배운대로 열심히 하라.소신껏 일하라' 이 정도네요. "

오상헌/송태형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