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펄펄 날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4일 장초반부터 1750선을 훌쩍넘어선 뒤 1762.36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지난 4월26일 기록한 장중 전고점(1757.76)을 돌파한 수준이다.

동시에 25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008년 6월18일 1774.13(종가기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국인은 장초반부터 거세게 '사자'를 외치고 있다. 오전에만 4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일일 순매수량이 4000억원을 넘은 것은 지난 4월30일 이후 2개월 반만이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대내외 호재속에 새로운 기록들을 속속 쏟아내자 증시 안팎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른감은 있지만 '코스피 2000'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증권사 센터장들, "코스피 이달에 1800선 돌파"

알코아와 인텔이 국내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인텔은 장후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간외 거래 주가가 7% 안팎으로 급등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인텔의 실적은 주요업종이 정보기술(IT)인 우리증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음주 발표될 애플(20일)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내놓은 깜짝 실적에 '더블딥', '경기침체', '지표부진' 등의 단어들은 사라졌다. 그동안 우려감으로 쉽사리 매수에 나서지 못했던 외국인들은 앞다퉈 주식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시장의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이달중으로 1800선에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이후의 시장에 대해서도 '긍적'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지수가 이달 안에 1800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넘어 1760선까지 상승했는데, 장기적으로 이 같은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서 2분기 실적 호재가 반영되고 있다"며 "3분기에는 2분기보다 실적 모멘텀이 더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어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리스크완화와 수급개선으로 1800까지는 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의 국채발행 성공과 인텔의 호실적 발표로 한국 증시 상황 역시 한단계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코스피 지수가 1800선을 넘어 1900선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내년에는 더욱 강력한 상승장이 올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한 고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어닝시즌에 발맞춰 코스피 지수는 올 하반기 1950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기 때문에 외부 자금이 유입돼 내년부터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코스피 지수가 2500선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 역시 "상승장(bull market)은 이미 시작됐다"며 "코스피 지수는 8월 내에 1820선 전후, 연내 1950선 전후까지 레벨업될 것"으로 예상했다.

◆ 일부 전문가들, "증시상황 여전히 불안하다"

이처럼 핑크빛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경계의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의 고점을 1800선 초반으로 낮게 제시했다. 국내 증시가 기업들의 실적호조에 힘입어 3분기까지는 상승세를 보이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이후 증시 상황은 불안하다는 전망이다.

조 센터장은 "현재 선행지수 등 경기의 방향성과 기업이익이 괴리를 보이고 있다"며 "경기보다 강한 기업들의 실적호조는 3분기까지는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경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코스피지수는 8~9월 정도에 1800선 초반에서 고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여, 현재 상황에서 5% 정도의 상승여력이 남아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기존에 코스피지수의 상단을 1900선으로 봤지만 경기지수의 방향 전환에 1800선 초반으로 전망치를 낮췄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증시가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고비가 있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현재 시장은 우려가 완화되는 시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익모멘텀과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김하나·김다운· 한민수· 김효진· 정인지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