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수영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30대 후반에 입문한 테니스에 재미를 붙여 코트에 매일 나가다시피 했는데 그게 만성요통의 화근이 됐다. 의사가 필자 같은 환자에게는 수영이 안성맞춤이라고 조언했다. 열량 소모가 많으면서도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이 수영이라고 했다. 바로 수영장을 찾았다.
신나게 물살을 가르고 있는데 수영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 수영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여러분 개헤엄이라고 들어보셨죠? 저 아저씨처럼 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수영장 안에 아저씨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필자밖에 없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은 아니어도 고흥의 물개는 된다고 자부했는데 주변의 비웃음에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기초반에 등록했다. 한편으로는 실력자가 기초반에 들어갔으니 진도가 빠를 것이고 칭찬도 종종 받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처음 일주일은 줄곧 '음파' 연습,즉 벽을 잡고 물에 얼굴을 넣었다 뺐다 반복하는 숨쉬기 운동만 했다. 그 후 3개월 동안 킥판을 잡고 발과 팔의 동작을 연습하는데 개헤엄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골프도 스코어를 줄이는 것보다 몸에 밴 스윙을 교정하는 게 몇 배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유달리 엄격했던 강사에게 받은 것은 칭찬은커녕 질책뿐이었고 그렇게 창피와 굴욕의 3개월을 보냈다.
6개월 뒤.드디어 결실의 시기가 왔다. 100m를 힘차게 왕복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수영장이 또 시끄럽다. "저런 자세로 해야 한다"는 강사의 칭찬에 이번엔 비웃음이 아닌 환호와 박수소리가 수영장을 메웠다. 그 감동과 기쁨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꾸준히 수영을 배운 덕택에 접영,배영,평영,자유형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됐다. 얼마 전엔 언론을 통해 발표한 쉬지 않고 2㎞를 헤엄치겠다는 목표도 초과 달성했다.
필자가 지난 시절 헤엄 좀 친다고 했던 건 자만이었지만 지금 수영 좀 한다고 하는 건 자신감이다. 기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에 먹음직한 열매가 열리는 법이다. 기본부터 익히는 것이 때로는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인내와 끈기로 그 고비를 넘어야 특상품질의 과실을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염두에 두어야 할 진리다.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hsyu7114@ligst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