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보험에 많이 가입하는 바람에 보험시장에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생깁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보험료가 높아지고 결국 건강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지요. "

"맞습니다. 보험 가입자와 보험회사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역선택을 유발하는 원인이죠.중고차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고차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결함이 많은 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모여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보가 부족할 수 있는 쪽에 정보가 충분히 가도록 해야 합니다. 광고도 그런 종류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지난주 토요일(10일) 오후 서울 장충동의 한 강의실에서 미시경제학의 주요 개념인 역선택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강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한국능률협회가 지난달 마련한 제1기 테샛 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한경 테샛 강사'들이다. 이들은 4주간의 강사 양성과정을 마친 뒤에도 매주 토요일 오후 세미나를 열어 어려운 경제 개념을 정리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 현장은 총 41명의 수료생 가운데 21명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대구 안동 구미 등 지방에서도 아침 일찍 출발해 KTX나 버스를 타고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저녁에 내려간다고 했다.

세미나는 테샛의 주요 영역 가운데 2개 분야를 회원들이 돌아가며 선택해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날은 손흥심 KB생명 차장(41 · 금융)과 최충국 동양기전 감사(62 · 경영)가 강사로 나섰다. 강사가 강의 자료를 설명하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수시로 질문을 하거나 설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세미나에 참여했다. 강사와 수강생의 구분이 없는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보험을 예로 든 손 차장의 역선택 설명에 한 참석자가 중고차 시장의 예를 덧붙였고,또 다른 참석자는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 강제 가입이 원칙이라서 역선택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사 세미나답게 테샛 기출문제 분석과 예상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도 활발했다. 대학 연합동아리 쿠세아(KUSEA · 한국대학생경제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권용식씨(27 · 한국외국어대 4년)가 기출문제 가운데 비교적 어려운 문제를 골라 설명했다. 그는 이날 6회 테샛에 나왔던 교차탄력성 문제를 풀이했다. 한 참석자는 "어제(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으니 관련 문제가 다음 달 8회 테샛에 출제될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테샛 강사들은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각자의 전문 분야를 갖기로 했다. 예를 들어 미시 거시 금융 경영 등으로 한 분야씩 특화한 다음 팀을 짜 4~5명이 참가하는 커리큘럼을 만들어 대학이나 기업체의 강좌 개설 요청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제1기 테샛 강사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홍중완 현대자동차 팀장(53)은 "장기적으로 강사 모임에서 테샛 출제 예상문제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경 테샛 강사들의 이러한 열정이 알려지자 몇몇 강사들은 벌써부터 대학과 기업들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고 있다. 영남대가 지난달 실시한 일주일짜리 테샛 특강은 제1기 테샛 강사 양성과정을 마친 홍영준 울산과학대 교수(41)가 주도했다. 모임의 홍 회장은 "한양대 중앙대 외국어대 등과 올해 말 9회 테샛 시험에 대비한 테샛 특강을 개설하는 일을 협의하고 있고,금융회사 등 기업들도 테샛 특강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