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40)가 특이한 퍼터와 퍼팅자세로 남자 골프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2010브리티시오픈을 치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퍼터 교체라는 강수를 꺼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경주, 크로케 스타일 퍼팅 자세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최경주는 전통적 퍼팅자세에서 탈피,여성들이 말에 앉는 안장 자세로 바꿔 퍼팅 스트로크를 했다. 퍼터도 샤프트 끝과 중간에 그립이 두 개 있는 것으로 바꿨고,퍼터헤드는 보기 드문 삼각형이다.
최경주의 새 퍼팅자세는 두 발이 퍼트라인과 스퀘어를 이뤘던 종전과 달리 왼발이 뒤로 빠지는 오픈스탠스다. 볼과 퍼터헤드를 오른발 끝에 두고 스트로크한다. 왼손은 샤프트 끝 그립을 잡고,오른손은 샤프트 중간에 있는 그립을 잡는다. 쇼트게임 전문교습가 데이브 펠츠는 이를 'sidesaddle 퍼팅자세'라고 부른다. 한때 샘 스니드가 취했던 '크로케(게이트볼) 스타일'의 퍼팅자세와 비슷한 점이 있다.

선수들은 한번 손에 익은 퍼터를 잘 교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린 빠르기 등 대회장의 여건을 감안해 퍼터를 바꾸는 모험을 시도한다.

최경주가 큰 대회를 앞두고 모험이나 다름없는 퍼터와 퍼팅자세를 바꾼 것은 그동안 그의 퍼터를 제작해준 주안 엘리존도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엘리존도는 "미국프로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자유투할 때 비스듬히 선 상태로 한다"며 "이 퍼팅 자세는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로크의 일관성을 높여 준다. 그립 끝을 잡은 왼손은 가만히 있고,오른손으로만 스트로크하기 때문에 그만큼 실수 확률도 작아진다"고 주장했다.

최경주가 새로 장만한 퍼터는 그립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나 그 단면만 같으면 골프규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또 스트로크할 때 퍼트라인에 걸쳐서는 것이 아니므로 규칙상 적법하다.

최경주는 지난주 미국PGA투어 존디어클래식에서도 이 퍼터를 사용했지만 올시즌 처음 커트탈락했다.

◆느린 코스 맞춤형 퍼터 들고 나온 우즈

섹스 스캔들이 터진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우즈도 퍼터를 교체했다. 우즈는 새로운 나이키 '메소드 퍼터'를 골프백에 넣었다.

우즈는 그동안 나이키가 후원하는 골프용품을 쓰면서도 퍼터만큼은 스코티 캐머런의 '뉴포트 2'를 고집해왔다. 우즈가 11년간 사용하며 14개 메이저대회 중 13개에서 우승을 안겨준 '조강지처'를 포기한 것은 대회가 열릴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의 그린이 유달리 느리다고 판단했기 때문.우즈는 "느린 그린에서는 늘 퍼터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껴왔다"면서 "새로운 퍼터는 공을 더 빨리 구르게 하기 때문에 스트로크의 큰 변화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린 스피드는 우즈가 퍼트 부진을 무마하기 위한 변명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즈는 최근 출전한 미국PGA투어 AT&T 내셔널대회에서도 3m 이내 퍼트를 15차례나 놓치는 등 퍼팅 부진으로 고전했다. 우즈가 퍼터를 완전히 바꿀지,아니면 그린의 빠르기에 따라 2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지 여부는 '신무기'로 이번에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최나연 퍼터 교체 덕 톡톡히 봐

퍼터 교체로 덕을 본 선수는 최나연(23 · SK텔레콤)과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를 꼽을 수 있다. 지난달 말 LPGA챔피언십에서 2008년 투어 데뷔 이후 처음 커트 통과에 실패한 최나연은 다음 대회인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새로운 퍼터를 사용,시즌 첫승을 일궜고 곧이은 US여자오픈에서는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카브레라도 지난해 4월 마스터스골프대회를 앞두고 퍼터를 교체해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김주택 토마토저축은행 팀장은 "연습그린에서 선수들끼리 서로 퍼터를 바꿔 쳐 보다가 마음에 들면 바로 용품업체에 연락해서 당일 새 퍼터를 갖고 출전하는 선수도 있다"며 "퍼트는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늘 더 좋아 보이는 퍼터로 바꾸고 싶은 유혹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수/김진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