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뱅커(은행가)는 누구일까.

13일 영국의 금융전문 주간지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유럽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뱅커 100인'가운데 1위는 안슈 자인 도이체방크 기업 및 투자은행사업 부문장(47)이 꼽혔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중앙은행 총재,도이체방크와 UBS 등 초대형 은행의 수장을 제친 그는 지난해 도이체방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도이체방크가 올 1분기 거둔 순익 90억유로 중 66억유로를 기업 및 투자은행 사업부문에서 올릴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도 출신으로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자인 부문장은 6위를 차지한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독일은 물론 유럽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으로 뽑혔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임기가 만료되는 아커만의 뒤를 이어 도이체방크의 수장 자리를 넘겨받을 1순위 후보로도 꼽힌다.

자인의 뒤를 이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유럽의 대표 유력 금융인으로 선정됐다. 골드만삭스 부회장 출신인 드라기 총재는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을 겸하면서 글로벌 금융무대에서 주가를 올렸다. 주요 20개국(G20)의 금융규제 정책과 FSB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만큼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3위는 브래디 도건 크레디트스위스 CEO.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위스 은행들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도건이 이끄는 크레디트스위스가 견조한 실적을 보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4위는 영국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츠의 케이스 스커치 CEO다.

최근 영국 새 정부가 금융감독청(FSA)을 전격 폐지키로 하면서 권한이 대폭 강화된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영향력 강한 뱅커 5위에 꼽혔다. 오스발트 그뤼벨 UBS CEO가 7위를 차지했고 존 발리 영국 바클레이즈그룹 CEO가 8위에 올랐다. 유럽 최대 헤지펀드 운영사인 브레번하워드애셋메니지먼트의 앨런 하워드 사장(9위)과 하비에르 롤레 런던증권거래소 CEO도 '톱10 뱅커'에 포함됐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55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영향력 측면에서 크게 뒤처졌다. 지난해 영향력 1위 금융인으로 꼽혔던 빌 윈터스 전 JP모건 인베스트먼트뱅킹 부문장은 올해는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와 관련, 한델스블라트는 "지난해 100대 금융인으로 뽑힌 인사 중 올해도 유력 금융인으로 선정된 비율은 40%에 불과하다"며 "유럽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뱅커들의 부침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