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고수익=고위험' 잊은 채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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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펑펑 넘어가는데 회사채를 계속 갖고 있어도 괜찮겠어? 설마 개인투자자 돈까지 떼먹는 건 아니겠지?"
작년 말 주식형펀드를 환매한 돈으로 고금리 회사채에 투자한 직장인 A씨는 증권회사에 다니는 친구 B씨를 잡고 질문을 쏟아부었다. B씨는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개인들 채권은 웬만하면 원리금을 다 보장해준다"고 답했다.
금호그룹,건설사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문제까지 불거지자 채권에 투자한 개인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그동안 발행회사에 문제가 발생해도 개인 보유 채권은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면서 그냥 원리금을 돌려주고 끝낼 수준을 넘어서 해당 기업들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개인 보유 회사채 처리방안을 놓고 아직도 투자자들과 협상 중이다. 회사 측은 전액 변제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분할상환과 일부 출자전환을 대안으로 내놓고 설득 중이다. 또 채권단 신용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벽산건설은 최근 만기가 된 500억원대 회사채의 원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신용도가 낮은 채권일수록 금리를 높여 발행하므로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작년 5월 발행된 금호타이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800억원 공모에 4조원 이상 뭉칫돈이 몰려 경쟁률이 32 대 1에 달했다. 막연히 채권은 원금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앞다퉈 뛰어든 결과다.
여기에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하면서 지방채 신용위험까지 불거졌다. 증권사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은 지자체 · 지방공기업이 발행한 지방채,공사채 현황과 신용도를 묻는 펀드매니저들에게 답하느라 분주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지자체의 재정상태를 제대로 들여다 본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기관들조차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실상을 파악하느라 우왕좌왕한다"고 전했다.
11년 전 대우 사태를 겪고나서야 투자자들은 채권의 원금 손실 위험을 학습했다. '고수익=고위험'이란 등식을 일반 투자자는 물론 금융회사들마저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강지연 증권부 기자 serew@hankyung.com
작년 말 주식형펀드를 환매한 돈으로 고금리 회사채에 투자한 직장인 A씨는 증권회사에 다니는 친구 B씨를 잡고 질문을 쏟아부었다. B씨는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개인들 채권은 웬만하면 원리금을 다 보장해준다"고 답했다.
금호그룹,건설사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문제까지 불거지자 채권에 투자한 개인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그동안 발행회사에 문제가 발생해도 개인 보유 채권은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면서 그냥 원리금을 돌려주고 끝낼 수준을 넘어서 해당 기업들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개인 보유 회사채 처리방안을 놓고 아직도 투자자들과 협상 중이다. 회사 측은 전액 변제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분할상환과 일부 출자전환을 대안으로 내놓고 설득 중이다. 또 채권단 신용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벽산건설은 최근 만기가 된 500억원대 회사채의 원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신용도가 낮은 채권일수록 금리를 높여 발행하므로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작년 5월 발행된 금호타이어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800억원 공모에 4조원 이상 뭉칫돈이 몰려 경쟁률이 32 대 1에 달했다. 막연히 채권은 원금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앞다퉈 뛰어든 결과다.
여기에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하면서 지방채 신용위험까지 불거졌다. 증권사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은 지자체 · 지방공기업이 발행한 지방채,공사채 현황과 신용도를 묻는 펀드매니저들에게 답하느라 분주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지자체의 재정상태를 제대로 들여다 본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기관들조차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실상을 파악하느라 우왕좌왕한다"고 전했다.
11년 전 대우 사태를 겪고나서야 투자자들은 채권의 원금 손실 위험을 학습했다. '고수익=고위험'이란 등식을 일반 투자자는 물론 금융회사들마저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강지연 증권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