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차익거래 관련 수치가 잘못 계산되고 있어 통계관리 시스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정 계약수가 시장 전체 계약수를 웃도는 등 어처구니없는 수치가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매도차익거래와 관련된 선물매수 계약수는 지난 13일 9만259계약으로,주가지수선물 시장 전체 미결제약정(8만1958계약)보다 8000계약 이상 많았다. 7일부터 닷새째 이같이 매도차익거래 관련 선물계약수가 미결제약정을 웃도는 수치가 발표되고 있다.

프로그램 매도차익거래는 고평가된 현물 주식을 매도함과 동시에 저평가된 선물을 사들여 보유하다 현 · 선물 간 가격차가 정상적인 수준에 진입하면 거꾸로 현물을 되사들이고 선물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기법이다. 매도차익거래잔량은 차익이 실현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으로, 정상적이라면 매도차익거래와 관련된 선물계약수는 미결제약정수보다 많을 수 없다. 차익거래를 위한 선물 매매는 주가지수 선물시장 거래의 한 부분이며 선물 가격 변동을 노리고 현물과 무관하게 이뤄지는 투기성 선물 거래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8일 매도차익거래 관련 선물계약수가 미결제약정계약수를 웃돈 후 열흘간(선물만기일 제외) 이 같은 수치상 오류가 나타난 적이 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증권사가 제공한 차익거래 관련 수치를 거래소가 집계하는 과정에서 허수가 쌓이면서 있을 수 없는 수치가 잇달아 공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균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통계를 발표하는 거래소조차 증권사로부터 신고받은 부분을 집계해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할 정도여서 수치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익거래와 관련된 수량이나 금액 자체를 떠나 방향성(증감)에 대한 의문까지 들 정도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정확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차익거래 관련 수치가 맞지 않는 것을 계속 제공하는 것도 문제"라며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확한 통계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회원사의 고객 데이터를 집계 취합하는 과정에서 실제와 차이가 나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마땅한 개선책이 없어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