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는 매출 1647억원에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한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실적을 14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고,5년 만에 처음 적자를 냈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원 · 엔 환율이 워낙 많이 뛰는 바람에 차를 팔수록 적자를 봤다"며 "올 들어 여건이 다소 호전돼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50~60% 늘려잡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메르세데스벤츠 BMW 도요타 등 수입차협회에 등록된 14개 법인(23개 브랜드)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환율 때문에 전체 수입차 중 60%가 넘는 9곳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외형 확대…최초로 3조원 돌파

수입차 업체들의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3조2129억원으로,전년(2조7011억원) 대비 18.9%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8 회계연도엔 전년보다 2.6% 감소했다.

최대 매출액을 올린 기업은 BMW코리아로,전년보다 41.4% 늘어난 6929억원으로 집계됐다. 렉서스 외에 작년 10월 대중 브랜드인 '도요타'를 수입 · 판매하기 시작한 도요타코리아는 전년(2728억원) 대비 50.4% 확대된 41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혼다와 볼보,크라이슬러,푸조,GM 등 5개 업체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다.

◆자본잠식 기업도…"9곳 적자"

14개 수입차 법인 중 9곳이 적자를 냈다. 고환율 때문이다. 작년 영업이익 총합이 56억원에 불과했다. 6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2008년보다는 호전됐지만,매년 1000억원 안팎 이익을 내던 과거 실적과 비교되는 수치다.

지난해 손실폭이 가장 큰 곳은 BMW코리아였다. 2007년(-43억원)과 2008년(-530억원)에 이어 또다시 233억원의 적자를 냈다. 닛산(-184억원),미쓰비시(-76억원),푸조(-71억원),포르쉐(-23억원) 등도 손실을 봤다.

본사 위기가 겹친 GM코리아는 6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작년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최근 GM 본사가 96억원의 증자를 하면서 겨우 회생 수순을 밟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외형이 커진 데 반해 이익이 떨어진 이유는 미쓰비시 도요타 등 신규 진출 브랜드가 늘었지만 고환율로 내실을 다지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해 8만대 판매 돌파 '확실'

수입차 업계는 올해 처음으로 8만대 판매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만 4만1947대를 팔았고,최근 4개월 연속 월 판매대수 7000대를 넘어섰다.

신형 E클래스의 질주를 등에 업은 벤츠의 상승세가 무섭다. 벤츠는 상반기 7592대를 팔았으며,남은 기간에도 비슷한 판매대수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바짝 뒤쫓고 있는 BMW는 내부적으로 1만5000대의 판매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올 한 해 동안 7만4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였는데 이번에 8만~9만대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