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악재 완화·수급개선…코스피 '서머랠리' 힘 실린다
'인텔 효과'에 힘입어 14일 코스피지수가 지난 4월26일 전 고점(1752.20)을 단숨에 돌파했다. 해외 변수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사이 2분기 실적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증시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외국인이 빠르게 증시로 복귀하고 있어 당분간 주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이달 중 1800선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 프로그램 매수 2조원 폭발

코스피지수는 14일 22.93포인트(1.32%) 급등한 1758.01로 거래를 마쳤다. 장 개시 전 인텔이 2분기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개장과 함께 1750선으로 직행했다. 단숨에 전 고점을 넘어선 지수는 한때 1764.81까지 치솟았다. 외국인이 현 · 선물 동시 매수에 나서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7조9522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전기전자(3472억원)를 중심으로 9071억원을 순매수했다. 작년 9월18일(1조4193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닷새 동안 순매수액이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국내외 IT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밖의 호조를 보이자 장기 투자자금이 다시 한국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CS) 상무는 "지수가 갑작스레 급등하자 박스권 상단에서 주식을 공매도했던 투자자들이 급하게 '쇼트커버링'(환매)에 나선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사자'도 1조56억원이나 유입됐다. 프로그램 매수가 1조원 이상 들어오기는 2008년 9월2일(1조1196억원) 이후 2년여 만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금리 인상 이후 금리 차를 노린 외국인의 차익거래 매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82만4000원으로 2만8000원(3.52%) 상승하는 등 IT주의 오름세가 돋보였다. 전날 4% 가까이 빠졌던 하이닉스는 3.41% 올랐고 삼성테크윈LG디스플레이도 각각 2%대의 강세를 보였다. 증시 거래대금이 폭발하면서 동양종금증권(14.19%) 현대증권(10.20%) 우리투자증권(9.35%) 등 증권주들이 일제히 뜀박질해 증권업종지수가 7.78%나 급등했다.

◆IT주 '서머랠리' 선봉장

삼성전자와 인텔의 실적 호조로 시장의 관심이 다시 IT주로 쏠리면서 '서머랠리'를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이 상무는 "인텔의 실적에서 PC 교체 수요가 시작됐음을 확인했다"며 "반복된 박스권 돌파 시도 과정에서 매물이 상당부분 해소된 데다 미국 증시도 빠르게 반등하고 있어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여간의 반등 국면에서 IT주들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한 점도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IT주 없이도 박스권 돌파에 성공한 만큼 향후 상승 속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날까지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2.63% 오르는 동안 KRX IT지수는 0.53%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경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김성인 키움증권 이사는 "2분기 5조원으로 잠정 집계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분기 최대 5조4000억원까지 가능하고 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2분기 1조원에 이어 3분기에는 1조1000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D램 가격이 소폭 하락하겠지만 낸드플래시 가격은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3분기까지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JP모간 등 일부 외국계를 중심으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4분기 이후 D램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에 대해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쟁 업체들의 양산 능력이 제한적이고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크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강지연/박해영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