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호황으로 세계 증시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4일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지난 4월26일의 전고점(1752.20)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최대인 9071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최근 닷새 동안 국내 주식을 2조원 가까이 쓸어담았다.

'더블 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등 해외 악재가 누그러지자 외국인이 빠르게 국내 증시로 복귀하는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IT 산업이 대호황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증시에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는 IT주를 필두로 '서머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본(2.71%) 대만(1.54%) 증시도 '인텔 효과' 덕에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2.93포인트(1.32%) 오른 1758.01로 마감,2008년 6월18일(1774.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장 초부터 초강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9000억원대 순매수에다 프로그램까지 1조원 이상 매수 우위를 나타내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11개월째 박스권(1550~1750)에서 맴돌던 증시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3.52% 급등해 82만원 선을 되찾았고 하이닉스반도체도 3.41% 상승했다. 지수가 전고점을 넘어서자 증권업종 지수는 7.78% 폭등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 인텔이 2분기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소식이 기존 해외 악재들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이에 따라 거시지표에 발목이 잡혔던 글로벌 증시가 IT주 강세를 발판으로 재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CS) 상무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도 시장 반응이 미지근했지만 인텔까지 좋게 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결국 시장의 중심은 IT에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퍼스트소스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쉬닉 펀드매니저는 "개인용 컴퓨터(PC)와 서버 시장에서 강력한 경기 사이클이 일어나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PC 제조업체들의 실적도 인텔처럼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쉬닉 매니저는 "IT 수요는 전반적인 경기 회복 속도보다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이달 중 코스피지수가 18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